지금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따른 정부의 대북 5·24 제재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과 경협은 중단된 상태다. 그렇다면 이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보면 과연 바람직한가.
통일 직후 구 동독의 경제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관적이었다. 이는 서독측의 보다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를 필요로 했다. 동독 주민들에게 신뢰할 만한 미래전망을 제시하고,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포괄적인 경제재건정책이 절실히 요구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이를 위한 결정적인 조치로서 1990년 12월 ‘구 동독 부흥전략’을 수립했다. 이 전략의 핵심목표는 중장기적으로 동독지역의 자력성장과 역동적 경제발전 기반의 구축에 있었다.
이 전략은 그동안 동독지역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다소 수정되기는 했지만, 그 핵심적 요소들은 지금까지도 동독 재건정책의 근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독 재건전략의 핵심 사항은 우선 광범위한 재정, 투자지원을 통한 동독내 민간 투자활동 및 민간 창업활동을 장려하는 것이었다. 소유권 및 행정분야에서 투자장애요인을 제거하고, 사회간접자본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사유화 및 기업정비, 시장경제 전환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노동시장정책 수단의 도입 및 지역정책을 통한 구조조정 과정을 측면으로 지원하는 노력도 중요한 요소였다.
그런데 오늘날 독일통일의 전문가들은 구 동독 재건전략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 것은 역시 민간투자 활동분야였다고 평가한다. 왜냐하면 충분한 민간투자가 이루어져야만 구동독 기업내에서 지속적으로 신규고용이 창출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독일 연방정부는 민간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기존 기업들의 현대화 및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서독기업들의 동독지역 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서독기업들이 동독에 투자활동을 본격화 하면서, 다른 외국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졌고, 동독 지역은 매력적인 투자지역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동독지역에 대한 총 투자규모가 매년 급증추세를 보였고, 이를 통해 4년 후인 1994년에는 동독내 일자리가 무려 400여 만개가 창출되었다.
이런 사례는 민간기업 대북투자활동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케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의 남북교역 및 경협의 장기간 중단 현상은 적어도 통일 준비 차원에서는 큰 손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원칙과 무조건적인 경협추진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경협은 한반도 주민 전체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단순히 저임금 등을 이용한 이기적인 기업이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개인적인 자립능력 향상 등을 고려하면서 통일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지속적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통일은 그 자체가 목적이면서 전체 한 민족의 삶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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