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행복운전수입니다”
“아이와 자주 눈을 맞추겠습니다”
최근 교구에서 주관한 양육미혼모 어머니학교에 참가한 어머니들이 힘차게 외친 구호와 결심들이다.
이번 어머니학교를 통해 엄마와 아이의 눈 맞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어 그동안 게을러 읽지 못하고 쌓아 두었던 책을 꺼내들었다. 지난 2011년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에서 생명의 신비상 활동수상자로 선정되어 방한했던 ‘크리스틴 데 마르세루스 볼머’ 여사의 연설문과 기고문을 번역한 「가정 : 부모됨, 부성과 모성」이었다.
최근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뇌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발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인간의 뇌는 첫 6년 가량 동안에 그것이 경험하는 노출에 의해서 형성된다고 한다. 즉 뇌는 자극 때문에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은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주요 성장시기인 첫 6년 동안에 받은 자극에 따라 성장한다고 한다. 이 사실은 재능과 소질이 그토록 자주 ‘집안 내력인’ 까닭을 설명한다. 그리고 피질변연엽(cortico-limbic lobes) 또한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발달한다고 한다. 변연계는 자아의식과 정서, 자제력을 비롯하여 안정되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를 관장하는 대뇌 피질의 한 부분이다. 이 자극은 사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머니에게서 받는 사랑과 따듯한 손길이다. 변연계는 생후 첫 4년 동안에 주로 발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고문에 소개된 앨런 쇼어(Allan Schore) 박사의 주목할 만한 뇌와 정서에 관련된 주장은 획기적이다. 어머니가 아기를 응시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어머니의 뇌에서는 어머니의 눈을 통해 에너지가 흘러나오는 것이 감지되는데, 이 에너지가 아기의 눈 속으로 들어가 아기의 뇌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상호작용’(transaction)이라고 하는 이 교류에 내재되어 있는 자극은 신경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며 엔돌핀(endorphin)과 유사한 물질을 분비하는데, 그 물질은 피질변연엽의 성장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기분이 매우 좋게 해 준다고 한다. 아기는 그 느낌을 좋아해서 눈길을 보내는 반응을 보이고 그러다가 바로 미소를 짓는다. 유대가 생기고 서로의 눈빛이 서로의 뇌에 각인된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어머니는 얼마나 많은 자극을 주어야 할지 정확하게 알게 되며, 연구결과를 보면 어머니 측이 얼마나 많은 자극을 줘야 하고 언제 진정시켜야 할지를 묘하게도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촉각을 통한 자극인 어머니의 입맞춤과 속삭임, 사랑의 손길은 피질변연엽의 성장도 자극한다. 아기가 성장할수록 어머니는 점점 더 높은 수준의 반응을 자신 있게 계속 요구하며, 아기는 그만한 반응을 보이게 되어 좋아한다. 유대가 생기고 어느 정도의 자극을 주고받을지 서로 아는 것은 출생 이후로 서로 주고받은 눈길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최근 한국 사회 가정의 큰 변화 중에 하나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이다. 대부분의 가정이 아이를 어린이집과 같은 위탁시설에 맡기는 것이 보편화 되어 가고 있다. 물론 여성의 자아실현을 위한 사회적 진출을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아이의 눈 맞춤을 통한 자극이 아이의 뇌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게 된다면 조금 더 현명한 선택과 판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눈 맞춤은 엄마와 아이는 물론 가족들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언젠가 식당에서 한 가족이 식탁에 앉아 제각기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아무 대화 없이 식사만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부부와 그리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 눈 맞춤은 사람중심 문화의 시작이며 행복한 가정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사실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설도 훌륭했지만 오히려 어려운 사람들과 눈을 맞추어 주고 손을 잡아주고 포옹해 준 것 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교황이 꿈꾸는 사람중심 문화는 가족에서부터 더 나아가 주변에 가장 어려운 이웃들과 행복한 눈 맞춤을 반복하는 작은 일상의 습관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제 매일 아침 예수님과 눈싸움이 아니라 행복한 눈 맞춤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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