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철도를 타고 한반도 남단의 부산을 출발해 북한을 통과해서 유라시아 대륙을 건너 유럽으로, 밀라노로 오는 꿈을 키워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10차 아셈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 발언이다. 그는 또 “유라시아의 서쪽과 동쪽을 하나의 대륙으로 잇기 위해서는 고리가 끊어져 있는 북한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바른 인식이고, 추구할 만한 염원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은 통일기반 조성의 핵심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사업이 성사되고,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듯 인적, 물적 교류가 크게 늘어나야 한다. 인적, 물적 교류가 어느 수준에 도달해야 철도 연결의 수요가 높아지고, 지속가능한 수익성도 담보되는 것이다. 지난 한해 남북의 인적교류 현황만을 놓고 보면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은 요원한 과제로 비친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여파로 남북간의 인적왕래는 거의 중단되었다. 다만 유일하게 개성공단 사업이 유지되면서 개성공단을 방문한 인원은 7만 6천명에 달했다. 그나마 북에서 남으로 온 방문객은 40명에 그쳤다.
동서독이 평화롭게 통일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가 분단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인적 교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독 정부는 1950년대부터 인도주의를 내세워 인적교류의 당위성을 일관되게 강조하였고, 동독과의 정치관계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인도적 차원의 교류활성화를 위한 실천적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서독에서 여러 차례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양독간 인적교류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했고, 이런 노력이 피 한방울을 흘리지 않는 통일의 기반이 된 것이다.
마침 박 대통령은 남북한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펼치는 것은 통일을 이뤄가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기초적인 준비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8월 7일 통일준비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말이다.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스포츠와 문화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도 강조했다. 스포츠와 문화교류는 남북간 정치군사적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지난 10월 4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당 비서의 방남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남북 축구간에 보니까 넘어지면 서로 돌봐주고 일으켜주기도 하고 선수끼리 동포애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북측의 김양건 당 비서도 “북과 남이 체육의 상징 종목인 축구에서 우승했다”며 “이것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고 우리 힘이 시위된 것”이라고 덕담을 주고받았다. 스포츠, 문화 교류부터 시작해, 인도지원, 경제협력 분야 등에서의 인적 왕래의 물꼬를 틔우는 것이 좁은 오솔길을 만들고, 통일을 통한 대통로를 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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