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서서 있는 숲속을 가 보자
평생 서서 말씀만 먹다 죽는 숲,
소나무 참나무들이 앞다퉈 햇빛 챙기지만
바닥에 떨어진 것으로도 부족하지 않아
원추리 산도라지들이 피지 못한적 없다
외려 나무 그늘에 씨앗 퍼트리는 버섯과
몸 숨기는 오소리와 너구리,
말씀은 바다에서도 줄지 않아 고래가 살고
무덤에서도 시들지 않아 할미꽃 핀다
저녁에 졌다 아침에 피어나는 산 산 산…
종기처럼 개복숭아는 산모퉁이 차지하고
주막을 배경으로 멋부렸다
소나기가 말씀처럼 간간히 퍼붓는 산허리,
고사리를 나물로 묻혀도 여름은
고스란히 입 안 가득 퍼진다
겨울날 무우 고구마 감자들을
땅속에 쟁겼다가 꺼내어도 줄지 않는 말씀이다
산속에 그냥 두면 웃으며
번지는 동자꽃, 애기똥풀, 금강초롱…
말씀이 봄이었다 여름이었다 단풍들다가
눈으로 내리는 골짜기로
하루를 뉘이면 저절로 수평선에 가 닿는것,
모르는척 잠들었다 일어서면
영점에 덤으로 풀어지는 숲으로 가 보자
피고지는 말씀에 발목을 담가 보자
이파리마다 말씀을 문 나무 나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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