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석촌호수에 거대한 오리가 떴다. 살아있는 오리가 아닌 노란색 고무 오리지만 키가 16미터나 되고 무게는 1톤이나 된다.
‘러버덕’이라는 이름의 이 오리는 네덜란드 공공 미술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작품으로 2007년부터 프랑스, 브라질, 일본, 호주, 중국, 미국, 대만 등 세계 곳곳에서 설치됐었다.
러버덕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하다. 바로 ‘치유’다. 작가는 “물 위에 다정하게 떠있는 오리를 보면 저절로 치유되는 것을 느낀다. 이 러버덕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의 긴장이 해소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치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잇따른 대형 참사 소식과 생활고로 심신이 지쳐있던 사람들에게 러버덕은 작은 기쁨이 돼 주었다. 연일 사진기사로 러버덕이 올라오고, SNS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석촌호수에는 유모차를 끌고 온 어머니들, 아이를 목마 태우고 걷는 아버지들, 연인들로 붐볐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치유’라는 본연의 의도를 망각한 채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우려나 러버덕 설치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호수에 떠있는 노랗고 귀여운 고무오리를 보면서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치유되는 기분을 느껴야 할 정도로 현대인들의 감성이 메말라있다는 점이다. 러버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현대인들의 마음에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러버덕이 주고자 했던 ‘치유’는 사실 교회가 해야 할 몫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신자들뿐 아니라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치유와 감동을 느꼈다고 말하는 것을 여러 번 들을 수 있었지만,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감동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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