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성월이다. 이 시기는 특별히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외롭고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때이기도 하다.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 나라에 먼저 간 이들을 만날 수 있음을 믿으며 큰 위안을 얻는다.
또한 위령성월은 죽음을 묵상하는 시기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피하고 싶어 한다. 아무리 굳은 신앙을 지녔다 하더라도 죽음 앞에서 의연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은 흔치 않을 것이다. 막상 죽음에 맞닥뜨리게 되면 정말 죽음이 마지막은 아닌지, 죽음 이후 세계가 존재하는지 회의가 들지도 모른다. 현세적 관점에서 죽음은 모든 것을 ‘무’로 돌려버리는 허무의 극치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한 영원한 삶을 믿는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끝일 수 없다. 하느님께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삶의 관문이 바로 죽음이기 때문이다.
하느님 품에서의 영원한 삶을 믿는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결코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극복해야 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주님의 자녀인 우리가 과연 하느님 뜻대로 이 세상 삶을 살아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람은 죽을 때 비로소 지상에서의 삶을 갈무리하게 된다.
복음은 하느님께서 세속적 평가가 아닌 사랑이라는 잣대로 우리를 거두신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우리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불림을 받을지는 하느님만이 아신다.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 수십 년 후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4,42)고 하셨다. 늘 깨어 있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위령성월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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