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과연 통일의 그날은 오긴 하는가?” 사실 이 물음에 대해 누군가 이렇게 답했다. “신적인 존재로 영생할 것 같았던 김일성이 죽었고, 그 아들 김정일도 떠나고, 불가능할 것 같던 3대 권력세습 역시 국제사회의 비아냥 속에 실제로 이뤄졌다. 통일도 아마 그렇게 꿈처럼 다가올 것이다.” 공감이 가는 답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전망한다면 우리가 상정하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을 달성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평화통일에 이르는 과정은 두 가지로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하나는 남북한이 통일 기반을 점진적으로 쌓으면서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통제 가능한 급변사태 발생으로 인해 이뤄지는 통일이다. 전자는 정치, 경제적인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오랜 시간에 걸친 끈질긴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후자는 이른바 급변사태로 인한 통일을 상정한 것이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어느 때든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급변사태로 인한 통일은 통제 가능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한반도에서 예측 불가의 급변사태가 벌어지고 또 한반도 정세가 통제불능의 상태에 처한다면 무력충돌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이로 인한 엄청난 희생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최근 남북간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보면 우발적인 충돌이 보다 큰 무력충돌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떨쳐버리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서해 상에서의 포격,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총격전, 비공개 군사당국자 접촉을 둘러싼 진실공방, 10월 18, 19일 발생한 군사분계선(MDL) 총격전 등 일련의 사건들은 언제라도 대결과 긴장의 관계로 되돌아 갈 수 있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아가 북한은 “앞으로도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순찰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우리측이 도발을 지속할 경우 예상할 수 없는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 수위를 높였고, 실제 북한은 무력행동에 나설 태세다.
한반도의 분열과 대립은 현 세계에서 보기 힘든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바로 냉전구도의 핵심을 형성했던 이념의 갈등이다. 이러한 이념 갈등은 반드시 상대방을 제거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인해 극히 뚜렷한 대립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미래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충돌의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현 상황에서 다른 돌발 변수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할 때, 한반도는 분열과 대립의 국면이 상당히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중간에 남북관계는 냉온탕을 오갈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들을 풀지 못하는 한 대립 구도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남북관계에는 북한 핵개발이라는 만만치 않은 변수가 존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13일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2차회의 모두발언에서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바른 인식이고, 이 말은 반드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북한이 조금이라도 돌출행동을 하면 대화를 중단시키는 전례를 따른다면 평화통일은 정말 요원한 목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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