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의 대북정책, 나아가 통일정책과 관련해 가장 큰 과제는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해진 5·24 조치와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 ‘평화통일 액션플랜’의 조속한 설계와 추진을 주문한 바 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고 평화통일의 길을 닦기 위한 해법으로 남북간에 당장 실천 가능한 환경·민생·문화협력의 ‘통로’를 만들자고 제안한 이래 두달여 만에 구체적 방안마련을 독려하면서 북한 측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됐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남북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5·24 조치를 넘어서야 한다. 이를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은 5·24 조치 문제를 제2차 고위급 접촉 의제에 올려놓고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5·24 조치를 언급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그동안 이 조치가 남북대화의 본격적인 물꼬를 트는데 최대 장애물로 인식돼왔음을 고려한 제안으로 받아들여졌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제사회와의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하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결국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강력한 제재로 북한의 굴복을 이끌어내든지, 아니면 중장기적인 해결 여건을 만들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만일 지금까지 추진해온 다자적 또는 양자적 대북 제재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후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베이징대학 진징이 교수의 조언이 눈길을 끈다. 그는 한 언론 기고문에서 대북제재와 관련해 취해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틀에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국제적 협력을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즉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2094호 결의’는 준수하되, 그 결의안이 허용하는 범위의 국제협력을 강화하여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것이다. ‘2094호 결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을 저지하고 관련 물자와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실효적이고 강력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제재 대상과 통제 품목을 확대했고, 금융 제재, 금수 조치(catch-all 시행 촉구 등) 분야에서 제재 조치의 실질적인 강화가 이뤄졌다.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뒤 최근 2-3년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내부 경제, 사회적 변화들을 고려할 때 북한의 시장화와 개방화를 촉진하는 전략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북한은 김 제1비서 집권 직후인 지난 2012년엔 이른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6·28 방침)을 통해 기업 자율성 확대, 농민의 농작물 자율처분권 확대 등 중국의 과거 개혁 초기모델로 분류할 수 있는 성격의 조치를 취했다. 북한은 또한 올해 각 기업소 및 공장 등의 생산권 및 분배권을 상당부분 자율적으로 운영토록 하는 ‘5·30 조치’를 내놓았다. 우리가 북한의 적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면 반드시 북한과 끊임없는 경제교류를 진행해야 한다. 외부세계와 북한의 경제교류가 점차 확대되면 북한내 시장세력도 강대해지고 그에 따라 외부와의 경제교류를 더 요구하게 될 것이며, 이런 변화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보유 고수 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