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 라틴아메리카 해방신학자로 세계에서 주목받는 성정모 교수의 강연회가 있었다. 브라질로 이주한 1.5세대 한국계 신학자인 성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해방신학자 우구 아스망과 프란츠 힝켈라메르트의 제자이기도 하다. 요즘 나도 교황님의 가르침을 주목하고 있는 터라 그의 강의를 경청했다.
‘해방신학과 돈의 우상숭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강연에서 그는 현 자본주의 문제의 근원적 뿌리를 인간의 욕망 문제에까지 깊이 파고 들어 분석했다. 지금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우리의 본능 속에 자리한 무한한 욕망과 연관지어 파악하고자 한 그의 통찰력에 나는 깊이 공감했다. 사실 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문제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가 지닌 욕망의 뿌리와 이토록 깊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고까지 깊이 성찰하지 못했다.
아침에 눈뜨고부터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은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고 부추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쇼핑센터를 찾곤 한다. 그 곳에서 우리가 구입하는 물건들은 다른 사람들이 이미 갖고 있기에 원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아이폰5의 기능도 아직 다 알지도 못하면서 또 새롭게 나온 아이폰6를 사고 싶어 한다. 이처럼 현 자본주의의 경제진보를 촉구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모방욕구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인간 내에 잠재된 욕구와 욕망을 자극하여 성장해온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는 이제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버렸고 어느새 종교적 형태로 탈바꿈해가고 있다. 성 교수는 오늘날 쇼핑센터의 모습이 대형교회의 아치형 건축양식을 모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형교회와 쇼핑센터의 건축양식의 유사성은 오늘날 ‘시장’이 종교가 되어가는 모습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는 영원하고 무한한 세계를 추구한다. 그리고 그 세계는 사후에 가서야 가능하다고 교회에서는 말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에서는 사후에 가서야 성취가능한 세계를 현세 곧 지금 여기에서 맛볼 수 있다고 우리를 유혹한다.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이 바로 이 현실 안에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본주의는 사후세계를 인간의 역사 한 가운데로 끌어들였을 뿐 아니라 그 약속을 이루어줄 존재를 하느님에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전환시키고자 한다. 오늘 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시장의 자연적 합리성에 맡기면 모든 것이 잘 해결되리라는 시장 만능주의를 신봉하는 하나의 종교로 우리에게 다가와 버렸다.
그러나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면 다 해결되리라는 현 경제체제는 빈부간의 극심한 불평등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말았다. 시장이 신이 되어버린 신자유주의 사회 안에서 소수에 의한 부의 독점으로 인해 가난한 이들의 처지는 더욱 악화되고 불평등은 점점 더 심화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신자유주의에서는 희생의 논리로 무마시키고자 한다. 그건 바로 “희생 없이는 구원이 없다”라는 종교적 슬로건을 오늘날 시장경제에서 더 많은 가난한 이들의 희생을 정당화시키는 데 쓰고자 한다는 것이다. 즉 경쟁논리에서 뒤처진 무력한 자(가난한 자)의 희생을 어쩔 수 없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오늘날 시장을 신의 자리로 부상시킨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가난한 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욕망충족을 통해 지금 여기에서의 낙원을 추구하고자 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통해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스스로 택한다. 여기서 누구를 삶의 모델로 삼을지가 중요하다. 돈이 우상이 되어버린 오늘날 많은 이들은 부자나 우상이 된 스타를 삶의 모델로 삼는다. 그런 현실에서 예수님을 삶의 모델로 삼고 살겠노라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 매일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는 이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예수님은 오늘도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하느님이냐 돈이냐”(마태 6, 2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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