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왜 이런 걸해야 돼?” 첫 교리시간, 이렇게 포악을 떨며 들어오는 아이가 있었다. 고운 말이 나갈 리 없다.
“누가 억지로 하라고 했니? 싫으면 그냥 가.” 아이는 눈을 희번덕이며 날 노려보더니 온갖 패악을 다 부린다. 화가 나서 야단쳤더니 벽력같이 고함을 지르며 덤빈다. 두 번째, 세 번째 교리 시간도 악다구니를 써가며 수업했다. 죽을 맛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꾸만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 야단만 맞고 살아왔을 아이가 아닌가. 그런 아이에게 애정이라고는 손끝만큼도 없이 꾸짖기만 한 것이다. 네 번째 교리시간. 재민이와 아이들에게 용서를 청했다.
“재민아, 미안해. 내가 너그럽질 못했구나. 애들아, 미안하다. 용서해줘.”
당황한 그들의 얼굴이 아직도 선연하다. 재민이의 눈에 힘이 빠지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순해졌다. 아이들 마음속에 있는 분노를 털어내는 일이 급하구나 싶어 부랴부랴 대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상처 받았던 때’ 와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을 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재민이가 묻는다.
“선생님, ‘부모님 이혼했을 때’, 어떻게 써요?” 열아홉이지만 재민이는 글을 몰랐던 것이다. 한 글자 한 글자, 풀어서 가르쳤다. ‘이응’에 ‘l‘ ’히읗’에 ‘ㅗ’ ‘ㄴ’ 받침.
4학년 때 부모가 이혼한 후 아버지와 살았다. 그런데 재민이 아빠는 자주 아이를 혼자 방치했다. 배가 고파 작은 손으로 손수 밥을 해 먹기도 했지만 쌀이 없어 굶을 때가 더 많았다. 공부는 따라갈 수가 없어 중학교 때 그만뒀다. 고해성사처럼 풀어놓던 재민이의 과거를 들으며 재민이 앞에 마음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 아이가 이렇게 되는 동안 나는 어디서 뭣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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