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물건을 사왔는데 열어보니 내 것이 아니다. 날쌘 걸음으로 마트에 들고 갔다. 계산원은 앞서 계산한 손님이 바꿔간 것 같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한다. 잠시 후, 어떤 여자 손님이 바뀐 봉투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온다. 우린 어처구니 없어하며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스치는 인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우연찮은 기회에 그녀를 다시 만났다. 발간 대낮에 보니 예쁘기도 하고 목소리도 참 곱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열심히 낭독봉사(녹음도서 만드는 일)를 할 때라 그녀의 목소리가 유난히 탐난다. 함께 봉사할 의향이 없는지 물었다. “아직 애들이 어리고, 이것저것 공부하는 것들이 있어서요.” 때가 아닌 건지, 뜻이 없는 건지.
바삐 시장에 가는 길이었고 서로 멀뚱한 관계라 할 얘기도 없다. ‘다음에 보자’는 빈 인사를 남기고 돌아서려는데 그녀가 줄레줄레 따라온다. ‘별 희한한 사람이 다 있다’ 싶었지만 ‘왜 따라 오냐’고 묻지 못했다. 그녀는 내가 장을 보는 동안 계속 날 따라다녔고 장보기를 마쳤는데도 내 옆에서 꿈쩍을 않는다. 우리 집 앞까지 오면 가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할 수없이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시계를 보니 정오가 넘었다. 나의 원의와 관계없이 찾아든 손님이지만 밥은 줘야 할 것 같아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여 함께 식사를 했다. 집안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내게 호감을 느낀 건지, 그녀가 난데없는 말을 툭, 던진다.
“저도 성당에 가고 싶어요.” 아니, 이게 웬 횡잰가. 난 그녀를 성당으로 이끌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자청해서 가겠다지 않는가. 그녀를 인도하며 그녀의 가족들까지 욕심을 냈는데 별 어려움 없이 4명 모두 입교를 하고 영세를 받았다. 일파만파다. 이렇게 그분은 얼토당토않은 기회를 통해서도 당신의 일을 하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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