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부터 약 3주 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염원하는 천주교 신자들의 서명이 모두 13만 936명에 달했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천주교 연석회의’(이하 천주교 연석회의)는 서명자 명단과 함께 이 비극적 참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무죄한 이들의 무고한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서명에는 특히 한국 주교단 29명 중 17명, 전국 각 교구 사제 3995명 중에서 1936명, 남자 수도자 1564명 중에서 615명, 여자 수도자 1만 173명 중에서 5304명이 포함됐다. 주교단은 물론, 사제단과 수도자들의 절반이 서명에 참여한 셈이다. 그리고 평신도는 모두 12만 3081명이 참여했다. 가히 한국 천주교회가 이번 세월호 참사와 그 후속 조치들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바라고 기대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2014년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고 발표한 담화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사회와 교회에 보내준 메시지를 통해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기를 촉구했음을 상기하며 세월호 사건의 진상 규명, 그리고 이 참사를 낳게 한 구조적 비리와 사회적 죄악에 대해 개혁이 시작되도록 연대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누가 얼마나 많이 서명에 동참했는지 그 물량적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드러내어 의지를 표명한 사람들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할 경우, 우리는 좀더 겸허한 성찰과 실천적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하고 사태를 방관함으로써 불의나 무관심에 묻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선언의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에 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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