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대림 첫주에 일제히 발표된 각 교구 신년 사목교서에서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기 위한 다짐과 각오로 보인다. 사목교서는 한 해 동안 교회의 사목활동이 가장 중점을 두려는 핵심적인 방향을 담고 있는, 한 해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한국교회는 특별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려는 실천적인 노력이 크게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한 해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시간들이었다. 온 국민을 실의와 절망에 빠뜨린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했고 그 깊은 슬픔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더욱이 비극의 발생과 이후의 대처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뿌리깊은 문제의 실상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그러한 가운데 이뤄진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은 한국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메시지를 던졌다. 교황 성하께서는 절망과 실의에 빠진 한국민들에게, 슬픔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건네주셨으며 이 슬픔을 넘어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셨다. 그리고 그 메시지와 당부의 골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 나서는 교회가 되라는 것이었다.
한국 주교단이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고 발표한 공동담화문은 이같은 교황의 권고에 대한, 더 근본적으로는 그리스도와 복음이 요청하는 신앙인으로서의 근본적인 요청에 대한 주교단의 응답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가난한 교회가 되기를 다짐하고, 스스로 먼저 그것을 실천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주교단의 의지는 이제 신년 사목교서 안에 담겼고, 내년 한 해의 가장 중요한 지향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응답은 한국교회 모든 구성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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