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서울 명동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오래된 친구와 점심을 먹는다. 그 친구는 신앙은 없지만 대입 재수학원에서 같은 반이 된 인연으로 20년 동안 손가락에 꼽는 친구로 남아 있다.
지난 주에도 명동에서 그 친구와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기자는 같은 또래지만 대학 졸업하자마자 서울 한 복판의 대기업에 들어가 지금까지 근속하면서 중간 간부 자리에까지 오른 그 친구에게 ‘존경심’을 표현하곤 했다.
한편으로 그 친구를 대할 때마다 안타까웠던 점이 자기 스스로를 회사를 위해 ‘돈 버는 기계’라고 너무나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사무실에 앉아 있는 동안은 “회사에 어떻게 하면 수익을 남길까만 궁리한다”고 말하는 친구다.
지난주에는 20년 동안 몰랐던 그 친구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고 새삼 놀랐다. 점심을 같이 먹은 후 명동성당 주변을 같이 걷자고 제안한 친구는 기자에게 점심 먹고 명동성당을 산책하는 이 시간만큼은 자신이 돈 버는 기계가 아니라고 했다.
“명동성당 산책하는 시간도 없다면 내가 언제 내 삶에 대해 성찰해 보겠냐? 짧은 시간이지만 나한테 위로가 되는 순간이야.”
‘위로’라는 말에서 기자는 문득 11월 13일 내려진 대법원 판결로 6년 간 키워왔던 복직의 꿈을 잃게 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떠올랐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장경민 신부는 “신자들이 해고노동자들을 보게 되면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고 야단치지 말고 ‘사회를 좋게 바꾸고 있다’고 격려해 주라”고 말했다.
대림시기의 시작을 앞둔 지금 가톨릭교회가 힘겹게 일하거나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전해주는 활동에 보다 애써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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