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濃霧) 속 헤매 온지 반년이 넘었고
아직도 원증(怨憎)의 불씨 광화문에 남아 있는데
내 탓은 오간데 없고 네 탓만 난무하네
장님인들 그 길 못 찾을까
농아인들 그 말 못 들을까
탓하다 세월 다 가고
타고 남은 재만 바람에 날리네
목자 잃고 길 헤맬 때
광야에 외침 있었다던데
오늘은 어이 승냥이 울음만 들려오는가
이런 때에 당신이 있어줬으면
이런 때에 당신이 있어줬으면
아 어찌 할꺼나 이 어둠의 장막을
아 어찌 할꺼나 이 탐욕의 용트림을
의로움 말라 낙엽되어 부서지고
생기 잃은 외침 실바람에 묻혀버리네
말라 비틀어진 뿌리엔 독버섯만 돋아나고
혼돈은 모두를 회색 하나로 만드네
그리울 때 아니 오시면
온다 한 들 누가 반기리
대지 말라 새싹 시들기 전
샛별 타고 서둘러 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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