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반도에 어둠 속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인간의 존엄성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다. 인류는 인간의 존엄성을 역사 속에서 ‘인간의 기본적 권리들’ 곧 ‘인권’으로 실현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인권은 절대의 것이고, 양도할 수 없으며, 분리될 수 없는 것들이다. 보편의 권리이고, 침해할 수 없는 권리다. 인간의 존엄함이 절대적인 이유는, 인간은 하느님과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하느님을 닮은 존재로 창조되었으며, 같은 하느님이신 그리스도의 벗이며, 성령의 궁전이기 때문이다.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사막에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거친 곳은 평지가 되고, 험한 곳은 평야가 되어라.”(이사 40,3-4)

주님을 기다리는 우리는 그 분이 오시는 우리의 땅을 먼저 평야와 평지로 만들어야 한다. 통일한국을 염원하는 우리가 진정한 인권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남한 인권의 개선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의로움이 깃든 새 하늘과 새 땅을”(2베드 3,13) 한반도에도 만들어야 한다. 분단체제 하에서, 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할수록, 냉전이 해체되기까지 한반도의 대다수 사람들은 남한의 권위주의와 북한의 유일지배체제에서 인권이 부정되었다. 현재 남한의 경우 심각한 인권 문제들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도 공공연히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준의 인권침해가 존재한다.

북한 인권 문제는 1980년대 말부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로 불리는 식량위기 이후 난민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기아로 인한 사망자 숫자가 알려지면서 북한 내부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논의가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북한 인권문제는 올해 유엔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논의되었고 결국 지난 11월 18일 제69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 결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채택되었다. 이번 결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북한 정부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결의안이 논의만 된다 하더라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그 압박 정도는 기존과는 다른 차원에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에 북한은 인권 문제 개선을 표명하는 등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사회가 뚜렷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강한 압박감을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도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다양한 노력들이 계속되어야 한다. 대화와 소통, 인도적 원조, 투자, 상호교육, 문화 교류와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의 포괄적인 접근방식을 통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