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도둑 얘기하면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쟝발장과 미리엘 주교를 먼저 연상하게 된다.
돈은 있어도 빵 한조각 사먹을 수 없고 잠잘곳을 구할수 없는 쟝발장이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성당이었다.
모두가 냉대하고 거부한 그에게 미리엘 주교는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를 공짜로 제공해줬다. 그런데 제버릇 남 못준 쟝발장은 다시 은붙이를 훔쳐나왔고 또다시 붙잡혀 주교앞으로 끌려왔을때 주교는 그 물건이 선물한 것이라며 은촛대까지 거저 내주었다. 바로 미리엘 주교의 행동에 감화된 쟝발장은 회개하여 많은 선행을 하게된다는 얘기다.
지난 82년 12월부터 전국성당을 무대로 절도행각을 일삼아온 일당 4명이 1월 9일 인천 동부경찰서 수사전담반에 의해 검거됨으로써 일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범인의 범행동기나 피해금품 그리고 교회의 허술한 방범대책 모두가 상식선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아세례를 받았다는 주범 정씨가 밝힌 범행동기는『교회가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해성당이 신고를 기피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악을 조기퇴치하지 않음으로써 간접적으로나마 더 큰 악을 방관한 잘못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않은가.
동시에 범인 검거후에도 경찰수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니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그 원인은 피해자들이 미리엘주교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있지 않을까 추축은 해보지만 …
피해금품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고 범인들이 침입한 성당수는 1월 중순 현재 1백 15개로 집계되고있으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더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도난당한 수표나 현금 등을 대부분이 주일헌금이나 교무금 혹은 성당건축비 등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런 공금의 도난은 교회와 전체 신자들에게 이중피해를 주는 만큼 관리에 최대의 신경을 써야겠다. 그러나 장물가운데 사치품이나 귀금속류가 눈에 뜨이는 것은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옛날 어떤 도둑이 선비집을 털려고 들어갔다가 그 흔한 숟가락 몽댕이 하나없어 오히려 자기가 훔친 물건을도로 놓아두고 갔다는 얘기를 타산지석(他山支石)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청빈의 생활을 솔선해야할 사람들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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