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4월 14일 나에겐 너무나 축복된 날이다.
마리안나 성녀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은총 속에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허송세월이었지만 영세를 받기 전 교회를 나가고 있었던 나는 성당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던 것은 엄숙한 마리아、억압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뭐 이런 것 따위였다.
그런 분위기보다는 자유스러운 교회의 분위기를 좋아했다고나 할까? 어느날엔가 어머니께서 성당에 나가자고 권유하셨다. 아무 종교도 갖고있지 않던 어머니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웬지 마음에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머니께서는 어떠한 이유로 해서 냉담하고 있는 상태였다. 정이 들어서였는지 그때까지 나가고 있던 교회를 떠나기란 약간 힘들었다. 큰 결심을 하고 성당에 첫 발을 디뎠다. 처음 본 성당、억압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던 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거룩하고 엄숙하고 모든 내적인 아름다움이 여기에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때야 종교에 대해서 뭔가 깨달았다. 내가 왜 이런 곳을 몰랐을까? 아마 나의 참 종교는 여기 일꺼야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즉시로 교리 신청을 했다. 나의 눈에 비친 신부님과 수녀님들 … 인간세상을 떠나서 고귀하고 아름답고 (인간세상에서 완전히 세속을 떠날수야 없지만)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참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분들 이었다고나 할까? 열심히 교리공부를 배웠다.
고3때 영세를 한다는 것이 조금은 벅찼지만 주님께서 함께라면 모든 것을 감사해야 한다고 믿었다.
학력고사 3일을 남겨두고 어머니께서 당한 교통사고 … 나와는 그러한 일들의 관계가 멀리 있는 것인줄 알고있는 나에게 뭔가 깨닫게 라도 해 주신것인지(?) 그렇다고 원망하거나 미워하진 않는다. 오히려 감사와 찬미를 보낼 뿐이다.
어머니께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병원에서나마 느끼게 되셨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병원에 계신 어머니께서 주일이면 마사에 참례치 못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시다고 하신다.
이제 퇴원하신다면 열심한 크리스찬으로 생활하시겠다고 말하신다.
늦게나마 성당을 알게 해주신 주님께 다시금 감사드리며 더욱 더 착하고 열심한 신앙인으로 주위에 있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하여 너그럽게 베풀수 있는 마리안나가 되길 묵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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