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주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이사 61,1-2)
내년이면 맞이하게 되는 분단 70주년에 남북이 모두 주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할 수 있다면 좋겠다. 참으로 주님의 은혜인 ‘평화’는 단순히 전쟁의 부재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많은 뜻을 담고 있다.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착취와 비참한 빈곤의 실존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은 진정한 평화를 위한 안정 조건의 확립을 너무나 많이 지연시키고 또 이를 가로막고 있다.
북한은 ‘경제계획’이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경제관리’라는 말을 선호하고 주로 사용한다. 이는 북한에서 경제가 늘 관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0년대 경제의 붕괴를 경험한 이후 몇 년간의 준비 끝에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내놓았다. 한마디로 7.1 조치는 사회주의 기본 경제원칙인 집단주의와 계획적 경제 운영이라는 줄기를 지키면서, 경제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기업의 독자성 현실화, 개인별 노동성과 인정, 시장에 의한 소비재 및 원자재 유통 기능 활용 등을 꾀했다고 보여진다.
북한 주민의 식량난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국제원조와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발표로 시장경제를 일부 도입함으로써 일정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시 세 끼를 먹는가?’ 라는 양적인 측면에서는 벗어났지만 ‘어떤 것을 먹었는지?’ 하는 질적인 측면은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북한 경제의 시장화로 주민들 간의 소득 격차가 확대돼 빈부 격차가 심화돼 가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시장의 발달과 자본과 상품의 유입이 용이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과의 불평등 구조가 심화되고 고착화돼 가고 있다. 이것은 북한에 또 하나의 심각한 인권 침해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과 남북 간에 더욱 불안정한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
“형제 여러분,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1테살 5,17)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평화의 기도를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로서 그리스도인들이 모두 ‘지금 그리고 여기’(nunc et hic)에서 차지해야 하는 목표가 돼야 한다. 평화는 하느님과의 화해(로마 5,1)와 인류 상호간의 화목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요구한다.(로마 14,19) 그러므로 평화는 산상 설교에서 이웃 사랑의 본질적 요소로 등장하며, 평화를 위하는 이들이 주님의 칭찬을 받는다.(마태 5, 9) 자선은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한가지 방법이며, 주님께서 당신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주신 성체성사의 나눔의 신비를 체험하게 하는 신앙행위다. 민족화해를 위한 방법은 ‘끊임없는 평화의 기도와 사랑의 실천’이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이”(요한 1,6) 여러분이면 좋겠다. “그는 증언하러 왔는데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요한 1,7)이면 좋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