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Grimm)의 동화 한토막. 사람 당나귀 개 원숭이의 네 동물은 원래 조물주로부터 수명을 꼭같이 30년씩 배정받았다. 그런데 당나귀가 그 30년이 지겨워 18년을 반납했는데 사람은 30년이 아쉬워 당나귀의 18년을 더얻었다. 다음에 개가 역시 12년을 내놓아 사람은 이것도 받아들였다. 또 원숭이가 10년을 내놓아 이것도 받아들였다. 그래서 다른 세동물은 수명이 짧아졌지만 유독 사람은 70년의 수명을 누리게 되었다는것이다.
▼사실 사람은 처음 30년만을 인간 본래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뿐이다. 부모 슬하에서 자라고 배우는 동안 희망속에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게된다. 그러나 나이 서른이 넘으면서부터 가정을 이루고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할 무거운 책무에 억눌려 당나귀 같이 남을 위해 무거운 짐만 지다가 좋은 세월 다 보내게된다. 그러나 49세 이후는 그래도 돈푼깨나 모이고 지위도 높아지고 살기가 편해지면 그 남은 시간과 돈을 소위 인생을 엔죠이 하는데 쏟아 넣게된다. 도덕적으로 개와 같은 삶을 산다는 것이다. 그러다 개의 12년이 지나고 환갑이 지난 61세 부터는 사람의 흉내만 내었지 사람구실을 못하는 원숭이 같은 교활한 꾀만 남은 늙은이로 삶을 마치게 된다. 물론 이것은 작가「그림」의 설명과는 약간 다르다. 벌써 18세기말 산업사회가 막시작할 무렵 서구사회를 풍자한 이 우화가 어쩌면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꼭 같을까?
▼노인이란 흔히 생활연령을 기준으로 일정한 나이에 도달한 이를 말한다. 그러나 젊은 노인도 있고 늙은 젊은이도 있는 오늘날 이 기준은 적합치 못하다. 그래서 기능연령을 기준으로 심신의 기능이 어느 단계의 노화현상에 도달한 이를 노인이라고 한다. 또 강제로 노인을 만드는 제도로 정년이란게 있다. 생활연령을 기준으로 기능연령을 강제로 먹게 만든다. 정년은 인생을 가장 빨리 노화시킨다. 아직도 기능연령은 부자인데도 일터에서 쫓겨나야 하는 것이다. 일거리가 없는 이는 젊어도 늙은이가 된다. 일거리란 인생에 있어 이렇게도 귀중한 것이다. 그래서 자유직업인이 장수하는가 보다、「노인복지란 결국 노인에게 적합한 일거리를 마련해 드리는 것」이상은 없다.
▼우리 교회안에도 노인 아닌 노인이 많다.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은 왕성한 체력, 풍부한 지식, 오랜 경륜, 이런 것들 모두가 인생의 좋은 스승이 될 수 있다. 교회가 이들에게 도움을 받을만한 일은 없을까? 교회의 노인복지는 바로 이런 차원에서도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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