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우리 신부님 당신은 우리들의 곁을 떠나가셨습니다.
당신의 쾌유를 비는 간절한 기도와 정성스러운 간호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기어이 우리들의 곁을 떠났습니다.
당신이 누워 있는 중환자실에서 새벽 5시 낮 1시、밤낮 없이 우리 할머니들이 물수건으로 닦아 드리고 주물러 드리고 기도한 정성을 어찌 당신께서는 저버리셨습니까? 반신불수라도 좋으니 눈을 뜨고 의식을 되찾으시길 간절히 애원했습니다만 기어코 우리들의 곁을 떠나가셨습니다.
당신께서 맡겨놓은 정양원ㆍ농장ㆍ그리고 이웃사람…. 이 엄청난 모든 일들을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3~4km 길을 매일 걸어서 농장일을 하시며 하루 만보는 건강에도 좋다면서 웃으시던 그 정겹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오나 한낮 여름 햇살 아래서도 손이 부르트도록 일을 하시던 당신의 그 모습을 이제는 정녕…
지금 당신께서는 편안히 누워계십니다. 화려한 꽃바구니에 둘러싸인채 말없이 누워계십니다. 그 강인하시던 성품은 어디가고 오직 기도 속의 정적에 싸여 누워 있습니까? 만약 방금이라도 깨어 일어나신다면 고운 수의도 꽃다발도 어울리지 않는 사치라고 나무랄 것만 같습니다.
교회를 지으실 때나 낡은 사제관은 수리하실 때나 낡은 사제관을 수리하실 때 못한개 벽돌 한쪽 남김없는 당신의 그 철저함에 누가 칭찬을 하셨겠습니까? 도리어 당신의 옹색함을 경원했습니다. 검소하고 구차할 정도의 빈한 생활을 해서 무엇을 하려 하셨습니까? 진실로 당신께서는 그리스도와 친해지시기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셨고 그의 품에 편히 쉴때까지 한가함을 모르셨습니다.
이제 당신께서는 가시고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밤낮으로 어루만져주던 온갖 나무들이 그리운 주인을 부르며 새생명의 용트림을 길게 하고 있습니다.
신부님 우리 신부님 남은 우리는 당신을 보듯이 이 꽃나무를 어루만지며 당신의 숨결을 더듬겠습니다.
당신께서 뜻하시던 바를 이땅에 펴기 위해 조금도 게을리 하지않겠습니다. 남은 저희를 믿고 우리주 그리스도의 품에 안겨 편안한 영생을 누리소서.
주여. 우리 신부님께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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