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날 교회사적으로나 민족사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격동과 전환시대를 살고있다. 한국교회는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제3세기의 시작을 맞으면서 오늘의 신앙을 성찰하고 어제를 반성하여 내일의 새로운 교회상을 정립하기 위해서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우리 신자들은 내적으로 쇄신되어 믿음을 토착화하고 외적으로는 능동적이고 적극적 선교로써 이땅에 참된 복음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소명감을 느끼고 있다.
◆과거만 반추하는 歐美敎會
그런데 우리교회는 제3세기에 접어들고는 있으나 민족 사회 안에 깊이 뿌리내린 교회라고 보기는 힘들것 같다.
한국교회가 교회법적으로 독립된 자치교회로 발돋음한지는 이미 여러해가 되었으나 아직까지 외국교회 특히 서구 및 북미교회에 일방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교회는 신학사상 전례양식 신심운동 그리고 성당 건축양식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구미교회에 결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일방적으로 수동적이며 모방적이였던 자세를 탈피해서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신앙생활과 신학사상을 계발하여 60년대 이래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구미교회는 물론 세계교회를 활성화시키는데 이바지 할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교회당국은 제2차「바티깐」공의회나 여러지역 교회회의를 개최하는 등 신앙생활의 활성화를 의한 여러 조치를 취한바 있으나 세계 교회의 향방을 전반적으로 주도해온 구미 교회안에서 경신예절 참가신자수나 수도자 및 성직 지망자수는 60년대 이전에 비해 격잠하고 있다. 반면에 국교화되거나 시민사회화된 교회로부터 등을 돌리고 동양의 신비사상이나 종교、그밖에 많은 유사 신흥종교를 신봉하거나 이에 매료된 청소년들이 증가일로에 있다. 이 교회의 신학계나 영성계에도 새로운 진로가 나타나지 않고 정지한 상태에서 사람들은 과거를 반추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스도교계를 거시적 안목으로 볼때에 삼분화하여 보려는 학자들이 있다.
◆제3교회시대가 도래
즉 이들은 교회생성기로부터 1천년대까지를、중동지역을 포함한 헬레니즘 문화권에 속하는 동방교회에 의해 주도되었던 그리스도교계를「제1교회」로 보고、그 이후부터 금세기를 포함하여 2천년대 이전까지 서구세계에 속하는 라틴교회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그리스도교계을 「제2교회」로 보며、이에 비해서 2천년대부터는 제3세계에 속하는 선교지역의 그리스도교계를 「제3교회」로 보면서 그리스도교계가「제3교회」에 의해서 주도되리라는 예상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상은 2천년대에 이르러 그리스도인들의 분포가 변화된 양상을 보이게 되리라는 전망에 입각하고 있다. 1960년대까지 서구 및 북미 교회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교계에서 약 60퍼센트를 넘는 다수세력을 형성하고 남미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교회의 신자들이 40페센트가 채 되지 않는 소수세력으로 머문데 반해、2천년대에 이르러서는 관계가 역전되리라고 많은 학자들이 예언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경우는 역전상태가 보다 심해져서 30퍼센트대 70퍼센트의 비율로 제3세계의 교회신자들이 압도적으로 다수를 점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주도적 교회로 부각
우리 한국교회는 도래하는 세기의 획기적 변혁의 의미를 올바로 파악하여 새로운 시대적 상황으로 부터 야기되는 역사적 사명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교회는 앞으로 정치、군사、사회、경제의 세계 중심인 태평양 지역에 위치하면서、세계교회 안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제3교회」에 속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접국가들인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 차지하는 교회의 미소한 위치를 고려할 때 한국교회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지게 부각된다.
우리 한국교회가 앞으로 이 지역의 중심 교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리라는 전망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우리 한국교회에 의해 주도 될「제3교회」는 동방 「제1교회」와 서방「제2교회」와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고유한 면모를 지녀야할 것이다. 제3교회는 다른 교회와 구별되는 신학사상 신심 및 전례양식 그리고 교회건축을 개발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3교회」는 그 구조(構造)에서의 복음정신과 시대적 징표를 반영하는、쇄신되거나 개혁된 모습을 지녀야 할 것이다.
◆고통과ㆍ불화의 진원지
현대 세계는 구미사회의 산물인 과학과 기계기술에 의해서 규정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구미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현대 문명사회의 비인간성(非人間性)이나 일차원성(一次元性)은 양식있는 사람들의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서구과학이 물질 문명의 발달에는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으나 세계를 정의롭고 평화롭게 건설하는데 괄목할만한 기여를 하였다고 보기는 힘들다. 국제적 차원에서 불의와 부조리 현상이 감소되기는 고사하고 날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제2교회」를 정신적지주로 삼아 천년이상 존속해 온 구미세계가 전 인류를 괴롭히는 고통과 불화의 진원지라는 역설적인 사실을 간파해서는 안될 것이다.
◆東西文物의 창조적 조화를
우리는 오늘날 약동적이고 개발된 사회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 안에서 동양내지 한국 재래문물과 외래 문물의 해후는 마찰과 진통을 겪으면서 해차 심도있게 이루어지고 있다. 서양문물의 유입과 함께 우리의 재래문물이 송두리째 무가치하게 되고, 피폐되어야 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참된 것과 고상한 것과 옳은 것과 순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명예로운 것과 덕스럽고 칭찬할 만한 것(필립4、8)들을 최대한으로 발굴하여 그러한 바탕위에 서양전래의 과학과 기술문명의 업적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동서문물의 창조적 조화 내지 종합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陰陽차원의 시도 필요
우리는 「제3교회」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다른 「제1교회」「제2교회」와의 해후문제를 양자택일적으로 가 아니라 양자종합 내지 조화를 기할 수 있는 음(陰)-(陽)관계의 차원에서 해결하여 한국적이면서 보편적 성격을 지닌 신앙생활 양식과 신학사상을 계발 정립하는 일리교회가 민족사회안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 토착화된 교회이면서 동시에「지구촌」이 되어가는 세계안에서 구원의 신비가 보다 깊고 포괄적으로 언어화되고 생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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