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화가 고야의 그림중에 「이빨사냥」이란 작품이 있다. 이 그림을 보면 한 여인이(교수형을 받는 사내의 이빨에는 마법적인 힘이 있다는 그 당시 미신을 믿고) 시체곁에서 결사적으로 이빨을 뽑으려는 극적인 장면이 묘사되고 있다.
수건으로 자기 얼국을 가린래 공포에 떨면서 팔을 뻗혀 굳어진 시체의 입속으로 자기 손을 넣고 있다.
귀중하고 탐나는 목적물을 향하여 움직이는 자기자신과 비참한 심정으로 자기의 행동으로 부터 얼굴을 돌리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을 고야는 참으로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와같이 분리된 장에서 괴로와하면서 한쪽으로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 행위가 비록 비참한 지경에 이른것이라 할지라도 용감하게 決幸하면서 살아가는게 아닐까.
이와같이 자기의 한부분을 애써 망각하려는 이 모순이 깊으면 깊을수록 소외의 폭과 깊이가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현대인의 소외:파펜하임)
지난 선거때 TV나 신문을 보면서 나는 문득 이「이빨사냥」이란 고야의 그림을 연상되게 되였다.「귀중한 한표」를 얻기위해 말쑥하게 차려입은 국회의원 입후보자가 얼어 붙은 땅바닥에 엎디어 있고 、그 앞에는 허름한 차림의 농꾼이 당황한 몸짓으로 어쩔쭐을 몰라하며 서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죽은 조상묘 앞에 서라면 모르되 산사람 앞에서 저렇게 까지 땅바닥에 엎디어 머리를 조아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야 저게 바로 민주주의라는 거로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또 한편으로는 「저렇게 백성을 섬기는 자세로 모든 정치인들이 정치를 했더라면 세상은 지금쯤 많이 달라졌겠지」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도 웬지 씁쓸한 감회에 젖어들고 마는 것은 이 사진에 나타난 대조적인 두사람의 관계가 지극히 형식적이란 점이다. 두사람의 서로 엇갈린 視線이 너무나 멀고 깊은 소외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8백만 노동자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노동법개정문제、추곡 하곡 수매가격문제、병든 소 도입 등등으로 빚더미 위에 앉은 농민들의 관심과 국회의원 입후 보자들의 관심 사이에 작용되는 괴리감이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풍토가 아닐까 한다.
자기 자신의 얼굴을 가린채 굳어진 시체의 입에서 마법의 이빨을 구하려는 고야의 그림에 나타난 그 여인과 오직 한표를 얻기 위해 얼어붙은 땅바닥에 머리을 조아리는 입후보자들、 이 두사건의 상황은 서로 다르다해도 전자는 자기자신으로부터 후자는 자기 자신과 타인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바로 이러한 소외현상이 오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어디 우리나라 정치풍토 뿐이겠는가 남을 도와 줄때는 생색을 내서는 안된다고 입이 닳도록 얘기하고도 교회안에서 생색이 나야지만 돈을 내놓는 신도들、그리고 본당을 시장바닥으로 만들어 놓아야만 남을 도와줄 수도 있고 성당건립도 가능한 오늘 우리교회의 분위기는 또 어떠한가. 그리고 『선김을 받으로 온곳이 아니고 섬기로 왔다』고 성서의 말씀을 곧잘 인용하면서도 조금만 섭섭해도 마음의 상처(?)를 쉽게 받는 성직자 수도자들、이같이 망연한 소외현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가. 바로 이 문제가 오늘 우리 신앙인들의 숙제가 아닐런지.「부버」의 말을 하나 인용해본다.
모든 참된 삶이 「만남」에서 이루어지듯 우리 눈을 가리는 모든 장애물、그 장애물을 걷어치우고 <나>와<너>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매개물」이 무너진 곳에서 진정한 만남과 인간회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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