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에 보면 당시 시나이 반도의 북쪽 지역으로 도주해 살던 사람이었던 모세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게르솜이었다. 그의 출생 이야기는 탈출기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되고 있다. “그 여자가 아들을 낳자, 모세는 ‘내가 낯선 땅에서 이방인이 되었구나’하면서 그 이름을 게르솜이라 하였다.”(탈출 2,22) 탈출기의 저자는 이 이름을 게르(gher, 이방인)와 솜(sham, 여기)이 합쳐진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 시대에 수많은 이방인들이 있지만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들이 같은 겨레, 한 가족, 한 형제들을 ‘게르솜’으로 이름 붙이고 이방인으로 대우하는지 살펴 볼 일이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은 구성원 모두가 공동체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가운데 진정한 사랑이 넘치는 보금자리로 가꾸어 나가게 하려는 것이다.
‘미리 온 통일인’이라 부를 수 있는 북한이탈주민들 2만7000여 명이 현재 남한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새 터전에서 살아가면서 먼저 느끼는 점이 이방인으로 대우 받는다는 점이다. 이들의 적응장애는 개인적 불행은 물론이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특히 통일사회를 준비하는 측면에서 커다란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을 촉진하기 위해서 정부와 종교단체, 민간단체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하다. 우리 천주교회는 어떠한가? 2014년 11월 현재 전체 북한이탈주민 2만7253명 중 천주교 신자는 1% 정도인 333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통계로 천주교 측 지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표현하고자 한다. 교세에 따라 10%는 돼야 할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이 입국 전 제3국 생활 당시 종교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은 경우 입국 후 해당 종교의 신자가 되는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은신처 제공, 생활비를 포함한 경제적 지원, 한국입국 지원 등의 활동은 제3국 체류 북한이탈주민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 보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내외 일부 시민단체와 선교사들이 매우 제한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그나마 개신교가 주로 활동하며 천주교는 매우 미약하다.
그 결과 남한 정착 교육을 받는 하나원에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가보면 개신교회는 자리가 없을 정도다.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남한사회 적응에 대한 천주교회의 노력에 대한 평가를 보면 일반사회의 지원노력보다 더 낮게 평가받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교회의 전반적인 지원 노력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이탈주민의 교회에 대한 기대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들은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던 시메온이 예수를 만나서 위로를 받았듯이 우리의 형제적 관심과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으십시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입니다.” (콜로 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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