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일출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둠이 사라지고 대지가 빛으로 물드는 장관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떠올리도록 하기에 충분합니다. 가톨릭신자의 경우, 해를 믿는 사람들도 아닌데 왜 태양을 보며 저렇게 빌까 하는 못마땅함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지난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다짐으로 희망을 열어간다는 의미로 좋게 해석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새해를 맞이해도 별로 새롭지가 않습니다. 여기저기 주위에서는 앞으로 나아가자는 희망적인 이야기보다는 ‘옛 시절이 좋았다’는 추억에 잠겨 있는 모습이 더 많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가치관이 현재에도 완전히 유효하지는 않습니다. 한 가지 예로, 과거에는 가난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먹고 사는 걱정을 줄이게 하는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일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돌보는 데에는 소홀히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미생’이라는 TV드라마가 사회적으로 화제가 됐는데, 여기서 그려지는 직장인의 애환 역시 사람을 일하는 도구로 보는 사고가 오늘날까지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라는 불변의 가치를 지키고 바로 세우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하느님이신 분께서 친히 인간이 되어 오셨고, 부귀영화가 보장된 곳이 아니라 가장 가난하고 낮은 자리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당시 권력이 내세우는 가치와 싸우셨습니다. 과거의 율법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정한 하느님 나라의 가치인지 바로 알려주시기 위해 율법을 바탕으로 새 계명을 쓰셨습니다. 새 계명은 바로 ‘사랑’입니다.
옛 시절 좋았던 날을 그리워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옛 시절과 현재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변화에 따라 가치관 또한 달라집니다. 과거의 좋은 가치들을 오늘에 되새기면서, 그 가운데 예수님께서 쓰신 새 계명 ‘사랑’처럼 불변하는 소중한 가치들을 지키면서, 희망찬 내일을 위한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물은 흘러야 하고, 흐르지 않으면 썩습니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 가치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무엇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을지 생각하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인간을 사랑하며 과거를 바탕으로 오늘을 점검하면 좋겠습니다.
2015년은 지난해보다 더욱 사랑으로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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