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8일, 서울 성동구치소 남사에서는 성탄미사가 봉헌됐다. 파란색 수감복을 입은 재소자들이 미사 시작을 기다리며 교도관의 통제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앉아있었다. 취재를 안내한 교도관의 말에 따르면, 무언가 빵이라도 더 줄까 싶어 평소보다 두세 배 가까이 미사에 참례했다고 한다. 순간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태 15,27)라고 고백한 가나안 여자의 믿음이 떠올랐다. 참으로 가난한 이들이 이곳에 있었다.
가난한 이들은 매순간이 절박하고 배고프다. 가난한 이들은 더 큰 목적과 희망을 ‘청하는 법’에 대해 목말라한다. 이날 성탄미사를 집전한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는 수감자들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쳤다.
모든 시대의 인간은 기도한다. 기도하지 않으면 어둡고 절망적일 수밖에 없는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도하는 인간(Homo orans)이다. 우리에게는 하루하루를 성장하게 하는 크고 작은 희망들이 필요하다. 선과 악이 뒤섞여 있고, 까닭 모를 고통과 기쁨이 뒤섞인 이 세상은 우리로 하여금 위대한 희망을 바라보도록 종용한다. 위대한 희망은 우리를 돕고, 죽음의 경계를 넘는 희망을 보여준다. 이 위대한 희망은 하느님이시다.
그리스도인은 사리사욕적 청원보다는 이웃을 향해 자기를 개방하며 하느님을 희망한다. 동시에 언제나 기도하는 기술을 구하며 배워야 한다. 가난한 이들 안에는 ‘하느님의 얼굴’(시편 42,3)이 있다. 기도하는 방법이란 가난한 이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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