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동료 K의 죽마고우로서 자동차 노조를 이끌어 가는 그 분이 어느날 병석에 눕게 됐다. 진찰 결과 그분은 간 쓸개에 디스토마충이 박혀있어 이것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퇴근하자 곧 K와 나는 문병길을 나섰다. 가면서 병자를 위하여 묵주신공 10단씩을 바치며 20분 이상 걸어서 병실에 도착했다.
병실문을 열었을때 그분은 눈을 감고 있었다. 한참 후 눈을 떠 우리들을 알아보더니 친구 K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가까이 간 K군의 손바닥에 그분은 글을 써 나갔다.『성부 성자 성모님이 계속 꿈에 보인다』K와 그의 부인은 더듬더듬 글을 읽어내려갔다. 순간 엄숙하면서도 깊은 정적이 감돌았다. 우리의 기도가 결코 헛되지 않았군요. 사실 K와 나는 그분이 입원한 날부터 보름동안 그분을 위해 기도 했다.
지긋이 감은 그 분의 두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렸다. 눈물을 닦아주던 그분의 부인도, K도 눈물을 글썽였다. 몇해전만해도 하느님을 믿느니 내 발바닥을 믿겠다고 소리쳤고 그래 아직 성당문 앞에도 안간 그분인데…주님의 은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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