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재의 수요일이 되어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는 사제의 말씀을 들으면 우리는 죽음에 대하여 새삼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난 『내 영혼을 받아주소서』라고 외치며 임종하던 보스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보스꼬는 우리 손으로 키워 사회에 내보낸 한청년인데 지난 여름 위암으로 복부가 팽만하여 우리 병원에 찾아와 다시 우리 손에 맡겨졌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 늦게 찾아와 병은 이미 짙어 수술을 해줄수 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는 그래도 건강이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 속에 평소에 잘뜯는 기타를 치며 성가를 힘내어 불렀다.
한모금의 물이라도 마시면 위경련을 느끼면서도 생에 대한 애착이 강해 컵라면을 먹고 아파하던 그였다.
보스꼬는 그날따라 더욱 삶에 대한 끈질긴 집념으로 다가오는 죽음을 거부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죽음은 더욱 가까이 오고 있었다.
난 그러한 그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었다. 앙상한 팔에 한방울 두방울 그의 혈관으로 들어가는 링게르.
그약이 다들어가기전 그는 하느님 대전에 갈 것을 알면서도 더 살겠다고 발버둥 치던 그에게 난 무슨 말도 할 수 없었다.
『보스꼬, 하느님을 불러요. 성모님을 불러요.』
그러나 그는 『살려줘요,살고 싶어요』를 외칠뿐이었다. 그의 고통과 함께 얼마의 시간은 흘렀고 마음속으로 기도만 하고 있던 내귀에 들리는 목소리.
『내 영혼을 받아주소서』라고 외치는게 아닌가? 난 깜짝 놀랐다. 그는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을 되뇌이며 임종을 맞이했던 것이다.
이미 그는 고통 속에서 해방되어 있었다. 나는 깊은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으로 자유로와진 그의 영혼을 주님의 품안에 안겨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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