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2015년 새해가 밝았다. 그 첫날인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교회는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는 ‘세계 평화의 날’로 정하고 이에 따라 평화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통해 하느님께 평화의 선물을 청한다. 기쁨의 광복 70주년과 함께 슬픔의 분단 70주년도 맞이하는 우리는 더욱 성모님을 통해 하느님의 평화의 선물을 간구하며 기도해야 하겠다.
우리 한민족은 해방이 되자마자 남과 북으로 분단돼 70년을 살아오는 동안 남북한 사회는 각각 두 개의 완전한 독립된 국가사회를 이뤄 살고, 배타적 주권을 행사하는 정부가 들어서 있다. 국제사회에서 각각 외교관계를 가지며 UN에서도 독립된 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분단의 현실과는 별도로 남과 북은 서로가 서로를 남이라고, 혹은 타국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한국정부가 헌법으로 북한지역의 거주 주민을 자국민으로 보고 있으며 북한도 남한 주민을 동포로 간주하고 있다.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도 남북한은 아직도 하나다. 한국국민은 북한 주민을 외국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주민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다만 서로 물리적 접촉이 어려울 뿐, 의식 속에서는 아직도 서로를 ‘우리’의 범주 속에 넣고 있다.
우리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민족이며 한겨레인 ‘배달의 민족’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신대로 ‘같은 언어를 쓰는’, ‘어머니가 같은’ 우리는 형제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70년 동안 만들어진 남과 북의 이질성은 지난 5000년 동안 만들어진 우리 민족의 동질성에 비한다면 작은 것이기에 우리는 충분히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47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형제애는 평화의 바탕이며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내용으로 우리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줬다. 적대적인 남과 북이 진정한 형제애를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방한 중 명동성당에서 봉헌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에서 말씀했듯이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모든 분열의 간격을 메우고, 모든 상처를 치유하며, 형제적 사랑을 이루는 본래적 유대를 재건하는, 하느님의 능력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민족이 서로 화해하기를 바라야 한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결국 ‘한반도의 평화 실현’으로 환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한반도의 평화 실현’의 당위이며 따라서 필연이지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향한 형제애’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기도 하다.
올해는 우리가 이 분단의 고통을 이겨내고 하나 되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평화’를 이야기하고 ‘화해’를 이야기하길 소망한다. 자주 그리고 많이 이야기를 나눠야만 민족 구성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담론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자비를 베푸시고 저희에게 복을 내리소서. 당신 얼굴을 저희에게 비추소서. 당신의 길을 세상이 알고, 당신의 구원을 만민이 알게 하소서.” (시편 67(66),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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