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북어등처럼 굽으신 팔순 노모(老母)는 들창에 기대선 채 버스가 출발하는 그 순간까지 손을 흔들고 계신다.『그만하면 됐지、뭘또 더 배워야 하나. 서양 갔다가 언제 오는데… 네가 여기 있는 동안 천주님곁에 가려고 했는데…부디 몸성히 잘 있다 오너라』애써 눈물을 감추시려는 어머님.
오늘 이 만남이 어쩌면 살아 생전에 마지막 상봉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돈다. 차장으로 다시 돌아보지만 이미 그분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팔십 여년동안 모진 고생을 하시며 살아오신 나의 어머님 지금은 문밖 출입 못하시지만 하루종일 성서를 앍으시고 아는 사람은 모조리 기억하여 따로따로 그에게 필요한 기도를 드리시고 계시는 어머님.
벌써 10여년전에 추운 겨울날「십자가의 길 기도」(성로신공)를 하시다가 성당 안에서 병자성사를 받으셨으며、서품을 갓 받고 휴가를 간 내품에 안겨 다시 병자성사를 받으셨던 나의 어머님.
오늘 내가 사제가 되어 살아가는 것은 오로지 그분의 믿음과 사랑 때문이다. 20대 신학생 시절、수많은 밤을 지새던 고민 끝에 마침내 결단을 내리고 나는 수도원에서 짐을 챙겼다.
그리고 눈이 많이 내린 강원도 고향집을 향했다. 이때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어머니께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까하는 것이었다.
내가 수도원을 떠난후 10년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미사참례와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실 정도로 지성이셨던 그분께 어떻게 실망을 시켜 드릴수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알려드려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차근차근 말씀 드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완전히 나의 예상을 뒤엎고 말았다.『그래、내가 한가지만 너에게 묻겠다. 그렇다면 이제 천주님과도 멀리 사는게냐?』『아닙니다. 어머님 그런건 아닙니다』『그럼 됐다. 그럼 됐어. 너 좋을대로 해야지』그분은 내 손을 꼭 쥐어 주
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나도 그날밤은 한없이 울었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그날 밤 그 순간만큼 사랑의 큰 힘을 느껴본 적이 없다. 老母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희디흰 눈이 밤을 새워 내렸다. 그리고 그 이튿날 아침、눈 내린 대관령을 넘어 나는 서울로 향했다.
그 동안 불충했던 내 모든 생활을 참회하면서、지금까지 용서하지 못했던 모든 이웃사람을 용서하면서… .일년이 지난뒤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3년후 서품을 앞두고 하느님께 간곡히 한가지 부탁을 드렸다. 이웃을 위해 일하시다가 얻은 내 어머니의 持病의 완쾌와 나의 서품식에 그분이 참례하시어 영성체를 하실 것을…. 그후 정말로 하느님은 나의 기도를 들으시어 나에게 또 하나의 기적을 이루어 주셨다. 살아 생전에 그랬듯이 천국에 가신다해도 그분은 나를 위해서、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를 위해서 하느님께 끝없는 자비를 구해주실 것이다.
오! 자비의 화신이신 성모님을 닮은 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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