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7일-28일 인터넷 서점 이벤트를 통해 분도출판사에서 주최하는 ‘공지영 작가와 함께 하는 1박2일 왜관 수도원 체험’에 참여하게 되었다.
수사님들과 신부님들은 친절하셨고, 수도원 내부는 정갈하고 깨끗했다. 오랜만에 듣는 그레고리오 성가는, 그 청량한 기운이 귀를 통해 들어와 머리와 온몸을 훑고 심장에 오랫동안 남았다. 참가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에 사람들은 저마다 공지영 작가의 <수도원 기행 2>가 이 수도원 체험이 삶이 전환점 되고 있다고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사실 나는 별 생각 없이 좋아하는 작가와 오랜만에 왜관수도원을 찾는다는 설렘만으로 이곳에 왔는데, 이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그들에게 신앙이 주는 의미가 참으로 크고 깊어 한참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불 꺼진 성당에서 한참을 십자가를 바라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오랫동안 이렇게 조용히 앉아 있지 않았을까? 나는 왜 그동안 한번도 진지하게 십자가를 응시하지 않았던가?
삼십여 년을 냉담을 하다 이 체험을 계기로 고백성사를 보고 영성체를 했다는 분, 지난 달 암수술을 하고 작가님의 위로와 격려에 큰 힘을 얻어 간다는 분, 극한의 고통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질문에 “일단 기도부터 시작하라”는 작가님의 말에 눈시울을 붉히던 분. 무의미한 삶에 지쳐 가던 내게 이번 체험은 단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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