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의 창조주 전능하신 천주 성부를 믿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자유를 누리기 위해 죄를 끊어버립니다.”
1724명이 한 날 한 시 한 자리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다.
서울성모병원의 널찍한 1층 로비에서부터 4층까지 세례자들이 빼곡히 들어앉았다. 지하 강당과 옆 건물 등에는 세례자 수만큼의 대부모들이, 또 그보다 훨씬 많은 축하객들이 자리했다. 세례예식을 공동 집전한 사제 수만도 31명이었다.
주님세례축일을 하루 앞둔 10일, 학교법인 가톨릭학원(교구장 대리 박신언 몬시뇰) 주관으로 거행된 세례식 전경이다. 이날 예식에서는 한국교회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동시에 세례를 받았다.
이날 세례식의 주인공들은 서울·여의도·의정부·부천성모병원과 성바오로병원 등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직할 병원을 비롯해 법인사무처와 지원사업체,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과 의료원 등 가톨릭학원 산하 기관 종사자들이다.
1724명의 세례자들은 이 자리에서 신앙이라는 큰 선물을 받고, 앞으로 병원 곳곳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적극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단순히 같은 그리스도인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넘어서, 같은 신앙으로 같은 이념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예비신자교리반으로 이끌었습니다.”
개신교에서 개종, 이번에 세례를 받은 김유리 간호사(아녜스·의정부성모병원)의 말이다.
“일을 하다보면 환자들과 동료들을 의무감으로 대하는 경우가 늘곤 했습니다. 그런데 세례성사를 준비하면서 먼저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시각도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상대방에 대해서도 먼저 배려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예비신자교리반에 참가하면서 스스로도 큰 변화를 체험했다고 밝힌 고윤석 교수(서울성모병원 심혈관센터)가 세례성사 후 밝힌 소감이다.
이 많은 수의 세례자들이 한데 모여 한국교회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중심에는, 그 누구보다 강한 신앙으로 이들을 이끈 서울대교구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교구장 대리 박신언 몬시뇰이 있다. 박 몬시뇰의 당부에 새로 하느님 품에 안긴 새내기 신자들도 모두 한 목소리로 기도하며 감사의 삶을 살아갈 뜻을 다졌다. 또 이를 위해 삶의 가치관을 바꾸고, 자족하는 마음을 일깨우며 불행 중에서도 다행한 면을 보고, 하느님께서 항상 나와 함께 계신다는 신뢰심을 가질 것도 되새겼다. 무엇보다 신앙인의 표시로써, 교회 병원을 찾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또한 교직원 서로 간에 항상 밝게 웃으며 인사할 것을 약속했다.
가톨릭의과대학이 설립된 지 60여 년, 성모병원이 개원한 지 80여 년만에 처음으로 울려퍼진 대규모 신앙고백과 찬미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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