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고 하셨다. 함축성이 있는 말씀이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만 있으면 썩기 마련이다.
교회가 언제나 좋은게 좋다고만 한다면 그것은 고인물과 다를 것이 없다. 사랑과 정의는 그 개념상으로 따진다면 서로 별개의 다른 뜻을 갖게된다. 좋은건 좋다하고 나쁜건 나쁘다 하는 것이 정의라 한다면 나쁜 것을 고쳐서 좋은 것이 되도록 용서해주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사랑도 정의를 앞세울 때는 나쁜 것을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만일 모든 것을 사랑을 내세워 좋은 게 다 좋다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면 세상엔 아무것도 되는 일도 없을 것이며 안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그 사회가 고인물처럼 썩어가는 상황일 때는 반드시 불을 지르는 역할을 해낼 사람도 있어야 한다. 자기들이 그러지도 못하면서 돌아서서 엉뚱하게 나쁜 평을 하기 일쑤인데 그것이 또 대개는 흔히 좋은 게 좋다고 내세우고 있는 그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못먹는 밥에 재를 뿌리는 것같은 행위를 하거나 괜한 사람을 나무에 올라가게 해놓고 어지럽게 나무를 흔들어대는 일 따위도 능히 할 사람들이다.
교회는 교회이기 때문에 언제나 모든 것을 좋게만 보아야하고 좋게만 말해야 한다는 억지는 성립되지 않는다. 진리의 말씀에는 반드시 그 대상이 선(善)일 수만은 없는 것이다. 교인은 교인이니까 나쁜것까지 좋은것이라고 해야 할 의무가 부여되어 있지도 않다. 상대방의 비위나 감정같은 것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공익을 위해서나 공동체의 완성을 위해서라면 마땅히 할말은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용기가 없으면 절대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으시고 당신께서 하셔야 할 말씀을 서슴없이 하신 예수님이야말로 그 방면에 있어서도 역시 본받아야할 우리의 스승님이시다.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죽음을 자초한 수많은 순교자들이 또한 한없이 우러러 보인다. 어느 시대에든 그렇기는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가 살고있는 이시대에는 더욱더 용기있는 사람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리 이 시대라 하더라고 할 수 있는 말까지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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