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이혼이다 뭐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혼하는 세상이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서로 사랑하며 한평생을 같이 살겠다며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을 올린다.
작년 가을 요한과 율리아나가 벙글거리며 대전의 주교관으로 찾아갔을 때 유흥식 주교는 예비부부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희들 서로 사랑하겠느냐?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듯 그렇게 사랑하겠느냐?”고 물었더니 두 젊은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난 2월 7일 서울 방배동성당에는 꽉 들어찬 많은 하객들이 45세, 39세의 나이로 늦깎이 결혼하는 이들을 축하하며 그들의 앞날을 위해 기도했다. 주례 유흥식 주교는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이들에게 행복한 가정생활, 부부생활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만 지키면 된다는 요지의 주례사를 했다.
“첫째 페르메소, 둘째 그라치아, 셋째 스쿠사이다. 페르메소는 해도 될까요? 라며 상대방의 허락이나 동의를 구하는 말이고 그라치아는 매사에 고마워하는, 스쿠사는 작은 실수에도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이탈리아 말이다.”
이 짧은 주례사는 뒷줄에 앉아 있는 나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제대 앞 신랑 신부 자리에 앉아 고개를 주억거렸을 신혼부부처럼 나 역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지인 자녀 등 혼배미사에 참례할 때면 30년 전 올렸던 나의 혼배미사가 문득 상기됐기 때문이다. 그 당시했던 하느님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나의 가정생활과 신앙생활을 깊이 성찰하게 됐다. 마치 파일럿이 비행기 계기판을 목적지에 고정시키고 비행하듯 나도 내 삶을 하느님께 고정시키며 살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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