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기업소라는 곳에 매일 출근을 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자재부족이나 기계노후 및 부실, 고장 등으로 가동이 되지 않는 곳이 많다. 그래도 조직생활이라는 틀에 가두기 위해 반드시 출근해야 하는 통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런 통제가 없다면 다들 중국이나 남한, 일본 등 제3국으로 이동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근을 해도 막상 그 기업소에서는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노력동원’이라는 형태로 공장주변 정리나 김일성 동상 주변 청소, 철길 주변 보강 및 정리 등으로 보내진다. 남한처럼 일한 만큼의 보수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누가 첫 삽을 잘 뜨고 마지막 삽을 뜨느냐에 따라 간부들 눈에 들 수 있기 때문에 요령을 피우거나 형식적으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일의 성과에 따라 보수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 시간만 지나면 된다는 생각이 보통이다. 나서지 말고 줄 잘 서고, 그렇다고 꼴찌는 하지 말고 그저 대충 중간 정도 하라는 말이 있다.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군대생활 요령을 연상케 한다.
이런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직장에 들어가 출근하자마자 남한 사람들이 자기 일에 열심인 나머지, 또는 자기에게 할당된 일의 양을 마치기 위해 옆 사람과 말도 안하고 하루 종일 열중하고 있는 모습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생소하게 보인다. 때로는 자신이 탈북자라 무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조금 일하고 자주 쉬면서 서로 얘기도 하는데 너무 매정한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자기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이 스펙이 뛰어나다고 임금이 높은 것에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한다. 북한에서는 간부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똑같이 대우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 하는 내내 저 사람보다 학력과 스펙이 뒤져 보수가 낮아야 된다는 것을 이해하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입사해서 일을 배정 받기 위해 면접을 할 때도 아프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은 ‘돌격대’로 배정돼 건설 토목과 관련된 힘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도 안 좋고 신장도 약하고 허리도 아파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남한 사람들이 입사면접 때 무엇이든 시켜만 주면 하겠다며 자신 있게 자랑을 늘어놓는 모습은 ‘우둔한 곰보다 여우가 낫다’는 말처럼 북한이탈주민들의 눈에 바보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다.
당연히 남한에서 북한 이탈주민들에게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는 취업해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다. 남한의 기업주나 동료들도 그들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곤 한다. 그러나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이 고향에서 살았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필자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야간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파출소 사환이라는 생활을 처음으로 하게 됐는데 일하다가 근무시간에 놀고 있는 친구들을 보고 함께 놀다가 혼이 난 적도 있다. 직장생활이 뭔지 모르던 시절의 첫 경험이라 ‘이래도 되는가 보다’ 짐작하고 했던 일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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