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9개월 된 아들이 있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저 역시 아들을 보며 삶의 힘을 얻고 희망을 찾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걱정도 가득합니다. 과연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사실 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14살 때 이별했기에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느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오랫동안 아버지란 존재를 인식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행여 어머니가 힘들어하실까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조차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고,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는 비난 섞인 지적을 듣지 않으려고 늘 조심스럽게 살았습니다.
14살 이전에도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은 별로 없습니다. 바쁘셨던 분, 엄격하셨던 분이라는 기억뿐입니다.
자연스럽게 ‘아버지는 자녀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경험으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지식이야 있지만, 체득하지 못했기에 과연 삶으로 드러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저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게 아버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신앙생활을 시작한 후 ‘하느님’이라는 좋으신 분을 아버지로 삼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신 자녀를 너무나도 사랑하신 나머지 맏아들까지 희생 제물로 바치신 분입니다. 자녀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확실하게 가르쳐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여러 명의 신부님을 영적 아버지로 모시고 있습니다. 본당 신부님을 비롯해 그동안 살면서 알게 된 많은 좋은 신부님들을 통해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워왔습니다. 하느님과 신부님들을 통해 배운 사랑으로, 아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신앙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신앙생활을 통해 맺어지게 된 저희 부부는 언제나 성령으로부터 은총의 선물을 받고 있음을 믿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선물이 자녀임을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신앙생활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느끼게 해주고 싶고, 그 울타리 안에서 언제나 기쁘게 살도록 이끌어주고자 합니다. 9개월 아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평생 간직될 수 있도록 신앙 안에서 사랑하고 또 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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