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미 들길 걷다
메뚜기 한 마리
푸르르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가 달려 나온다
논둑길 걸어
장에 가는날
길섶에서 흐루룩
순산한 메뚜기
칠국 먹는 소리라고
가을 실루엣을
집안으로 들여
이솝 우화의
족보 펼치면
마음은 보름달되고
밤 새 훌쩍 키가 컸다
갈바람 불어
붉은 얼굴로 나서면
목마른 가슴에 아직 못 다 퍼올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아버지 사랑
어릴 적 겨울 저녁이면 동생과 나를 앉혀 놓고 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훗날 보니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모두 아버지 이야기였습니다.
1950년대 후반 책이 그리 흔하지 않았던 때에 아버지는 어떻게 그 이야기들을 아시고 들려 주셨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이제 내가 그 때의 아버지보다 더 많이 살고 보니, 그리움의 통증에 가슴이 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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