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교단이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을 반성했다. 또 군비 확충과 무력을 통한 분쟁 해결을 반대하는 가톨릭교회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이자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50주년을 맞아 일본 주교단이 발표한 담화 내용 중 일부다. 아베 신조 내각의 우경화 행보에 일침을 가하는 신선한 소식이다.
종전 50주년 교서(1995), 종전 60주년 평화메시지(2005)에 이어 다시 한번 일본 천주교회의 양심을 확인할 수 있어 반갑다. 지난해 한·일주교 교류모임에서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사죄한 일본 주교단. 기회 있을 때마다 용기 있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주교단에게서 주님의 정의를 볼 수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기쁨과 희망’은 “군비 경쟁은 평화를 유지하는 안전한 길이 아니며, 또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균형도 확실하고 안전한 평화가 아니”라고 강조한다(81항). 일본 주교단의 담화 내용도 이에 따랐다. 평화는 무력의 위협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민족 간 신뢰에서 생성되는 것이기에 군비 경쟁은 종식돼야 한다. 나아가 분쟁의 원인, 특히 불의를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럼 불의는 무엇인가. 역사교과서 왜곡, 위안부 불인정, 야스쿠니 신사참배,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 군국주의적 침략 정당화 등이 불의다.
일본 정부는 일본 주교들에게 한 수 배워 이러한 불의를 없애길 바란다. 한·일간 현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주교들에게 자문을 구해라. 양국 갈등과 반목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주교들의 혜안을 빌려라.
이번 일본 주교단의 담화가 양국 갈등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염한과 반한 기운을 사그라들게 하는, 한·일 양국이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 태어나게 하는 단초가 되길 염원한다. 일본 주교단의 사려 깊은 모습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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