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를 봤다. 평소 표현이 서툰 아빠들이 딸과 함께 지내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프로그램에는 4쌍의 부녀가 등장하는데, 크게 다정한 아빠와 무뚝뚝한 아빠로 나뉜다. 엄청 다정하게 지내는 아빠와 딸의 모습에 질투도 나고 닭살스러운 모습에 연출인가 싶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나와 아빠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됐다. 우리 부녀는 중간쯤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뚝뚝한 사이에서 다정한 사이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빠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는 다정한 딸이 됐다가, 피곤해 지쳐있을 때는 말하는 것조차 귀찮아했다. 이런 관계는 아빠와 성당을 함께 다니면서 조금씩 개선됐다.
아빠와 나는 모태신앙이지만 냉담 부녀였다. 나는 주일학교는 열심히 다녔지만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냉담을 했다. 그래서 한때는 ‘냉담부녀’(?)라는 것이다. 다시 신앙생활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청년회 활동을 시작했다. 청년회 활동을 통해 아빠에게도 성당을 같이 가지고 제안했다.
“아빠, 매주 성당에 가는 것이 좋겠지만 지금 당장 그러기에는 무리인 것 같으니, 내가 전례봉사를 하지 않는 날 만이라도 같이 가요.”
내가 전례봉사를 하지 않은 날이 한 달에 한 번 정도여서 였을까, 아빠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아빠와 나의 미사 참례는 시작됐다. 아빠와 성당까지 20~30분을 걸으며 차츰 대화의 양은 늘어났다. 일상에서의 사소한 일들을 조잘조잘 아빠에게 이야기하면, 아빠도 본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만약 우리 가족에게 신앙이 없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싶다. 화목한 부녀가 되도록 하느님이 힘써주신 덕분인 것 같다.
“하느님, 지금보다 더 다정하고 화목한 부녀 사이가 되도록 도와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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