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탈주민들과 함께 행사를 하다보면 그들의 적극성에 감탄을 하게 된다. 노래를 시키면 즉시 나와서 멋들어지게 한 곡조 뽑는다. 춤은 어떤가, 양팔을 나비처럼 나풀거리고 빙글빙글 도는 동안 계속해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주변을 금방 흥겨운 분위기로 만든다. 행사가 끝나고 정리할 때는 너도 나도 기꺼이 나서며 돕는 모습은 우리들과는 사뭇 다른 점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노래 한 곡 들으려면 수줍어하느라 한참을 ‘밀당’해야 하고 춤을 추게 하려면 노래를 청해 듣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말이다. 정리할 때도 ‘내가 나서도 되나?’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 결국 스텝들이나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에 쉽게 달려들지 않고 슬금슬금 빠진다. 분명 그들의 내면에 우리와 다른 뭔가가 있음을 본다. 그들을 만나면서 과연 그들의 자발성과 적극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궁금했었다.
여러분도 기억할 것이다.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북한응원단이 보여줬던 특별한 일이다. 당시에 비가 오고 있었고, 응원단은 예천에서 열린 양궁경기 응원을 마치고 대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거리에는 예천군농민회 등 현지 주민들이 북한 응원단을 환영했고, 반갑다는 글귀와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때 악수하는 사진이 인쇄된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이 플래카드를 막 지나려던 버스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응원단원들 수십 명이 내려와 “높으신 장군님의 사진을 저렇게 허름한 곳에 두다니! 이대로 비바람을 맞도록 두고 갈 수는 없습네다. 장군님의 사진이 너무 낮게 걸려 있어요”라고 말했다. 일부 응원단원들은 김정일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을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했고, 또 다른 응원단원들은 현지 주민에게 격렬한 항의를 한 후 숙소로 그 플래카드를 옮겨간 사건이다.
그 사건을 보고 우리 모두는 심히 놀랐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한낱 플래카드지만 그들에게는 신앙의 대상과도 같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그 이상이다. 예수님상이나 십자가를 매일 닦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그들은 사람이 사는 가정 어디에나 가장 중요한 곳에 김일성 부자 초상을 모시고 있고, ‘정성작업’이라 해서 매일 특별한 수건으로 깨끗이 닦는다. 북한에서는 ‘항상 준비!’라는 구호가 말해주듯이 어릴 때부터 평생 동안 최고 지도자를 ‘민족의 태양’이라며 이미 인간을 넘어선 존재로 교육하고 세뇌시킨다. 그러니 김일성 부자에 대한 절대적 숭배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된다.
결국에 가서는 모든 행동들이 충성심을 바탕으로 정치적인 신임을 얻기 위한 것으로 집중되게 된다. 북한 최고 지도자와 직접 만나거나 사진이라도 함께 찍는 ‘접견’을 한다든지 위와 같이 영웅적인 행동을 해서 ‘1호보고’ 대상이라도 될라치면 모두의 부러움을 산다. 그때부터 삶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남들이 보는 곳에서는 말할 나위 없거니와 보지 않는 곳에서조차도 남보다 먼저 자발성을 보이는 습성이 당연시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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