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갑자기 카카오톡이 왔다.
“살려 주세요, 살고 싶어요!”
3년 전 아는 교수로부터 북 디자이너 Y를 소개받았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보니 흠잡을 데가 거의 없었다. 외국 유학생 출신에다 경력도 괜찮았다. 게다가 방글거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하지만 막상 일을 맡겨보니 크고 작은 실수를 연발해서 여러 차례 낭패를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소식이 뚝 끊겨버렸다.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다. 미운 정도 있다고 했던가? 나는 Y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나 식음을 전폐하고 두문불출한지가 석 달이 됐다고 한다. 삶이 두렵다며 살아 일하고 싶다며 흐느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불과 몇 달 전의 밝은 모습은 걱정과 근심으로 초췌하게 바뀌었고, 비쩍 마른 몸은 마치 못과 같았다. 사연을 들어보니 Y는 51세 미혼여성으로 장기 우울증 환자에다 알코올중독자였다. 그리고 월세방에서 홀로 사는 도시빈민이었다. 그 순간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는 복음말씀이 떠올랐다. 나는 십자가 위에서 고통받는 예수님을 생각했고 Y를 돕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Y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돼 정부의 재정적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병원비 등은 완전 무료였다. 나는 또 시간을 쪼개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혜택까지 찾아 알려주었다. 요즘 Y는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저를 살려 주셨어요. 마치 아빠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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