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참 고백성사를 자주 보았다. 매주 보기도 했다. 마음이 꺼림칙하면 서둘러 성당으로 달려갔다.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을 이용해 명동의 지하성당으로 혹은 본당의 새벽미사에 맞춰 가곤 했다. 심지어 수도원이나 다른 본당을 찾아 가기도 했고, 아는 신부님한테 조용히 성사를 줄 수 있는지 청하기도 했다. 참으로 순수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떠한가? 교회의 일과 회사 일을 이유로 매일미사와 기도생활에 소홀함이 없지 않았다.
사순시기를 맞이해 그 이유를 정리해 보니 첫째, 활동량이 많아져서 시간이 좀 부족하다. 둘째, 교리 등 교회법을 예전보다 더 알게 되니 은근슬쩍 그 틈새를 피해가게 됐다. 셋째,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내적 평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일을 위해 사는 신자가 된 듯하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자잘한 죄를 퍽이나 많이 저질렀다. 소죄가 너무 많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다. 대죄라면 잊혀 지지 않아 죄에 대한 성찰이 오히려 쉽다는 톨스토이의 말도 함께 생각난다.
오늘은 서둘러 내 영혼의 때를 깨끗이 세탁해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 먼저 고백성사를 보러가야 한다. 묵은 때를 홀라당 벗겨내야 한다. 아버지 하느님 이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돌아온 탕자의 마음이 되어 절실하게 기도해야 한다. 그러고는 나의 미사를 드려야 한다. 통회하는 마음으로 보석하는 마음으로 가슴속에 촛불하나 밝힌다. 오 주님 평화를, 기쁨을 주소서.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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