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커피를 마시는 이들도, 먼 나라 땡볕 아래에서 온종일 커피콩을 따는 다섯 살배기 어린아이 얼굴을 매일 떠올리긴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가까운 일상에서는? 어렵사리 목발을 짚고 걷는 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문을 쾅 닫기도 한다. 이혼 위기를 토로하는 친구 옆에서 하품을 하기도 한다. 만연한 무관심, 공감 결핍의 단면이다.
냉혹한 무관심의 세계를 깨트리고, 인류애·형제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삶과 생각 등에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단 그리스도인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철학자들과 사회 사상가들이 한목소리로 권고한 바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빌면, “인류애의 핵심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것이 자비의 정수이고, 도덕성의 단초다.”
우리는 흔히 공감을 단순히 타인에 대한 친절함, 배려, 동정심 등과 동일시한다. 하지만 공감은 동정심과 다르다. 동정심은 상대방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일 뿐이다. 공감은 상대의 처지에 서보고, 그의 감정이나 태도 등을 이해하고, 그렇게 이해한 것을 행동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역량이다.
‘무관심의 세계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 이후 줄곧, 우리가 함께 개선하길 촉구하는 이 시대 과제다. 교황은 이번 사순담화를 통해서도, 타인의 삶과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마음을 양성’하길 적극 권했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1코린 12,26)
고통받는 이웃들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나의 시선은 어디에 있는지부터 들여다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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