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을 만나 보면 그야말로 탈북 동기나 과정에서 책을 몇 권 쓰고도 남을 만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안타깝기 그지없고 긴장과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들이 너무 많다.
주변에서 굶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여기서 죽으나 넘어가다 죽으나 매한가지란 생각에 무작정 월경을 감행하는가 하면, 몇 년 동안 기상조건이나 여러 상황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한 후 결행하는 경우도 있다. 서해안을 통해 어선으로, 또는 목선을 타고 몸소 노를 저어 오거나, 몸에 자전거 튜브 몇 개를 감고 7시간을 물살에 내맡긴 채 사투를 벌이고 온 경우, 비무장 지대로 노루가 다닌 곳은 지뢰를 피할 수 있겠다 싶어 그 길을 따라 직접 온 경우 등 같은 방법으로 온 사람이 없이 다양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출신성분이나 토대 때문에 더 이상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 용기 있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또 모든 것에 대한 통제와 감시 체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된 북한에서는 웬만한 것들은 다 ‘비법(불법)’이 된다. 그러다 보니 안전원이나 보위부원이 맘먹고 단속하면 안 걸릴 사람이 없어 처벌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가족들을 뒤로한 채 무작정 탈북한 경우도 많다.
단순히 돈을 벌어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과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목적으로 탈북하기도 한다. 그나마 한국에 먼저 와있는 가족들이 있는 경우, 가족들이 몇 년을 벌어 모은 돈을 믿을만한 선(브로커)에 보내 데려 오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가족들이기에 남한 사정에 대한 상황설명과 함께 설득하는 것을 믿고 위험을 무릅쓰며 탈북을 결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가족들이 처벌이 무서워서 감히 탈북할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데려와야 할 가족이 너무 많아 시도하지도 못한 경우도 자주 본다. 이들은 언제나 만날 수 있을까 기약도 못한 채 그리움의 고통과 회한의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은 강을 건너면서 아이들이 물에 젖을까 비닐로 싸서 건넜는데 건너고 나서 보니 덩그러니 싸맸던 비닐만 남아 있어 아연실색해 평생 가슴앓이를 하는 이들을 볼 때다. 또 어떤 가정은 아이들이 울까봐 수면제를 먹이고 건넜는데도 우는 바람에 결국 중국 공안에 붙잡힌 사례도 있다. 중국 공안이 “어떻게 넘어왔냐?”고 묻자 “아이가 너무 아파 치료하려고 데려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수면제 영향 때문인지 때마침 아이들이 토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는 이야기는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탈북하면서 잡히면 죽을 것을 각오하고 저마다 가슴에 극약을 품고 떠난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하다.
이들의 아픔을 누가 품어줄 수 있을까? 그들 마음 안에 있는 고통과 한을 누가 다 헤아리고 위로해 주고 치유해줄 수 있을 것인가? 오늘도 필자 카톡에 “신부님 기도해 주세요. 오늘밤 아빠, 새엄마, 남동생이 강을 건넙니다”라는 간절한 메시지가 떴다. 필자도 함께 긴장하고 바로 기도하게 된다. 여러분들도 함께 기도해 주기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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