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 교회는 오늘날 커다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리는 민족사적으로 인류사적으로 그리고 교회사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변혁이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견되는 21세기가 시작되는 첫 해를 맞이한 것이다. 교회 당국이「증거의 해」로 설정한 이해가 시작된 지 3개월째로 접어든 지금、새로운 교회의 출현으로 이끌 조짐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다가오는 세기부터 세계교회를 주도하게 될 것으로 예견되는 우리 교회안에 새로운 조류가 서서히、하지만 분명하게 형성되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게 표면화한 평신도들의 비상한 자발적 교육열과 우리 교회사상 최초로 소집된 사목회의 의안에서 표출된 강력한 쇄신 의지는 미구에 새로운 모습의 교회를 탄생시키는데로 이끌、돌이킬수도 없고 돌이켜서도 안되는 歷史的 潮流로 보고 싶다.
◆성직자 주도의 교회
우리 한국 교회가「제2교회」인 서구 라틴교회의 모델에 따른 피라밋형의 성직자 주도 교회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교회안에서 신앙의 진리를 가르치며、사람들을 성화하고 통치하는 직무 내지 권한은 성직자 특히 주교급 고위 성직자들에게 독점적으로 주어져 있다.
교회 구성원들의 대다수를 형성하는 평신도들은 가르침을 받고 성화되며 통치를받는 수동적 위치에 처하여 있다. 이러한 수직적 구조안에서 평신도들은 신앙문제에 관하여 전문지식을 지니지 못한 문외한이나 비전문가라는 의식을 지닌채 하급위치를 감수해오고 있다.
그런데 평신도들이 일반적으로 수동적 위치에만 머물러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래 평신도들은 자의식에 눈뜨기 시작하였고 본당 차원의 교회행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저하게 드러난 현상은 평신도들이 단지 행정문제에 관심을 보이는데 머물지 않고 신앙생활 일반과 신학문제에 대한 깊은 탐구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평신도들이 교회 안에서 무력한 문회한이나 비전문가의 입장을 탈피해서 깊고 체계있게 신앙의 진리를 이해하여 신앙생활을 적극적으로 영위하려는 자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본당 차원에서는 몇년전까지 볼 수 없었던 젊은이들의 신학연구 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들린다. 그리고 교구나 수도회를 비롯한 여러 교회기관이 주관하는 신앙학교나 신학강좌에 등록하거나 참석하는 평신도들의 수효가 항상 예상숫자를 초과한다고도 들린다.
이러한 강좌에 초빙되어 강의를 담당한 강사들은 수강자들의 진지하고 열성적인 수강자세와 때때로 제기되는 예리한 질문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평신도들로부터 제기되는 질문들 중에는 신앙의 진리와 함께 과학적 진리 일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제하고서 제기될 수 있는 수준 높은 질문들도 있다.
진리는 구도자들을 매료시키고 이끄는 힘을 지닌다. 일단 신앙의 진리를 깊게 이해하기 시작한 평신도들은 피상적이고 평면적인 교리나 성서해설에 만족하지 않고、근거없이 군림하고 지배하려는 지도자들에 대해 의문을 느끼게될 것이다. 일단 불붙은 진리탐구열은 어떠한 물리적 힘으로도 꺼지지 않을 것이다.
◆사목회의 제안 받아들여야
우리 교회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교회구성원 전체 대표들이 참여하여 과거를 회고하면서 제3세기를 향한 교회의 사목방향을 제시하는 사목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사목회의는 신앙의 원리에 충실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목표와 방법을 연구하여 교회의 쇄신과 성숙에 이바지하려고 하였다.
그리고 이 회의는 보편 교회안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자산을 계시의 빛으로 조명하여 교회생활의 토착화 가능성을 탐구하는 동시에 우리민족의 문화 창달과 인간다운 삶을 증진시키는데 이바지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미래지향적인 선교대책을 수립하려고 시도하였다. 사목회의 의안은 교회의 쇄신과 성숙에 이바지하면서 민족복음화를 위한 적극적인 선교대책을 수립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마련되었다. 이 의안은 의제 선정、전문가들에 의한 의안작성、교구와 수도회 및 교회단체 차원에서의 심의、전문가들에 의한 수정 작업과 완성、끝으로 총회에서의 표결 통과라는 결코 단순하거나 일방적이 아닌 복잡하고 신중한 여러 과정을 거치며 작성되었다. 그렇다. 이 사목회의 의안은 4년이라는 결코 짧지않은 기간동안 우리 신앙인들이 열성을 모아 연구하고 토의한 결실들이다.
이 사목회의 의안에는 교회생활의 원리는 물론 우리교회의 당면과제에 대한 많은 건의사항들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전체적으로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해당분야의 연구기관 설립이 요청되고 있다. 이를테면 평신도들의 교육열이 사목회의 의안에 반영되어 신학대학의 문호개방、종합대학교 설립과 그 안에서의 신학 교육 등에 대한 요청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그리고 교회구조와 관련해서도 우리교회의 자주성이 강조되는 한편 교구장들의 임기제와 교계 지도층의 한국인화 등의 제안이 이루어 지고있다. 또한 지역교회간의 인적 물적소통과 교류도 제안하면서 하느님의 정의에 입각한 지상에서의 정의사회 구현을 위한 현실적인 제안들이 아울러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교회는 앞으로 사목회의 의안속에서 표출되고 있는 쇄신 내지 성숙에의 여망과 제언을 받아들여 교회생활을 설계하여 나가야할 것이다. 사목회의에서 제안된 건의사항들이 지나치게 과중하고 많은 과제들이라고 생각될지 모르나、이들은 사목회의 위원장 박정일주교가 말하듯이 순수 이상이나 실천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우리가 참다운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고 성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새로운 모습의 교회출현
평신도들의 비상한 교육열과 교회 각 계층에서 일고잇는 쇄신 의지는 시간이 경과하면 사라질 一過性 氣流가 아니라 더욱 강렬해질 大河 潮流라고 보고싶다.
우리는 이 歷史的 潮流가 결국은 새로운 모습의 교회를 출현시키는데로 이끌게 되리라고 믿는다. 우리는 여기서「시대의 징표」「하느님의 뜻」을 인지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만인의 자유롭고 평등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서 스스로 자유ㆍ평등ㆍ평화로 충만한 신앙공동체를 실현하는데 이바지하려는 결단을 내려야할 시기이다. 역사에 남고 영원으로 이어질 결단을 내려야하는.
심상태 <神父ㆍ서울가톨릭大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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