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터 50센티나 될까. 우리네 어머니들의 표준키를 넘지않는 자그마한 키가 우선 푸근한 마음을 갖게한 할머니、마리아할머니는 결코 처음 만나는「얼굴」이 아니었다.
충청도 괴산본당 사제관에서 초대면한 제3회 가톨릭대상 사랑부문 공동수상자、崔判順할머니는「상을 받게됐다」는 평협의 통보를 받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었다. 상을 받는다는 개념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올해로 일흔한살、우리나라 나이로는 일흔둘이 되는 고령이었지만 마리아할머니의 주름진 두볼엔 홍조가 가시지 않았다. 「전교하는것」과「이웃을 돌보는 일」에 삶의 전부를 쏟아넣고 있는 노익장의 의욕을 한눈으로 보는 듯 했다.
굳이 딱딱하기만한 인터뷰 형식을 도입할 필요없이 우린 아주 자연스럽게 말문이 터졌고 적은 대화 속에 무수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 순간 일반보도매체의 기자가 들이닥쳤다.
「영세는 몇살에?」「몇살까지 고향에?」신속성을 자랑하는 언론매체의 기자답게 그는 저오학한 수치를 요구하는 질문을 총알같이 퍼부었고 할머니는 손가락을 세느라 미처 대답을 하지못했다.
정확한 연도ㆍ수치를 기억하기 위해 생땀을 흘리는 할머니를 보면서 대신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충동처럼 일었다.
신속과 정확이 언론매체의 생명이긴 하지만、적어도 마리아할머니에겐 무리한 요구인듯 했다. 돌풍을 일으키며 그가 떠났을 때 할머니의 얼굴엔 안도의 빛이 완연했다. 적어도 내겐 그렇게 보였다. 아마 할머닌 평생토록 그렇게 힘든 시험은 처음 치루어 보았으리라.
과연 그는 수치를 통해 할머니가 걸어온 수십년의 길을 압축해 냈을까. 하느님을 향해 활짝 열려있는 단순한 신앙、그 깊이를 잴 수 있었을까. 혹시 나의 취재 방법이 그에 비해 지나치게 구태의연한것은 아니었을까…
수갈래로 떠오른 상념들은 뽀얗게 이는 먼지를 온통 뒤집어 쓰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한가지 확고한 결론으로 집약됐다. 마리아할머니의 이야기는「마음을 읽지않고、 마음이 통하지않고는 결코 쓸수없는 기사라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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