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쓰고있던 모자가 바람에 날려 화단안에 떨어진다. 그 어린이는 화단에 들어가서는 안되므로 어쩔줄을 몰라 그만 울음을 터뜨린다. 지나가던 신사가 이사정을 알고 지팡이로 모자를 꺼내준다.
국민학교 1학년 교과서엔가 실렸던 이 장면은 한국이 아니라 영국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 어린이 같았으면 아니 어른이라 할지라도 잔디를 짓밟아 망그러뜨리는 것도 아니므로 금방 모자를 주워왔을 것이다.
훗날 안일이지만 구미 선진국에서는 어린이를 키울때 의타심이 생기지 않도록 철들기전부터 부모방에서 격리시킨다.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그의 명작소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이 대목을 잘 깨우쳐 주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나(프루스트)는 어려서부터 천식을 앓는 유약자다. 부모가 하도 딱해서 어느날 그를 침실로 오도록 했을때 그 기쁨이 얼마나 컸던지 그 기쁨은 바로 추억 묘사로 승화、명작소설을 이루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서양 어린이들이 부모곁을 떠나기 싫어하며 부모 품에 안겨 잠드는 일을 소원으로 여긴다고 한다. 모자를 떨어뜨린 꽃밭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타고난 공중 도덕심에서가 아니었다. 사실은 꽃밭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을 받았고 이를 어기다가는 부모와 가까이 할 수 있는 길이 더욱 멀어질까봐 겁을 내기 때문이다.
일본을 여행하다가「동경」의 한 성당에서 주일미사에 참례했다는 어느 분의 얘기를 들었다. 택시운전사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시간이 마침 어린이 미사였더라고 한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얼마나 조용한지 작은 기도소리와 간간이 신발 끄는 소리만이 들릴뿐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어린이 미사시간은 시끄럽고 어쩌면 그렇게 시끄러운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학교에 가면 떠들지 말라 집에서도 무슨 일을 하면 안된다는 식의「말라」「안된다」는 교훈으로 귀에 못이 박혀있는 어린이들. 성당에서 조차 조용하라 떠들지 말라면 그들이 설 땅은 과연 어디 있을까?
엽전은 그저 맞아야 말을 듣는다는 자조처럼 듣기 싫은 말도 없다. 서양 어린이가 처음부터 공중도덕심이 투철했던 것이 아니듯 우리나라 어린이라고 꼭 매를 맞아야 말을 잘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03위 시성식에 참석했던 프랑스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궁금하게 여긴 일이 있다. 다른 나라는 성소(聖召)가 줄고있는데 왜 한국에서는 사제지망자가 늘고 있느냐는 질문이 그것이다. 그 대답은 가정교육에서 비롯됐다는 한마디로 밖에 달리 설명하지 못한다. 매로 때리거나 야단쳐서 신학생이 될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해에 이런 저런 상념가운데 성소와 가정교육의 문제가 자주 떠올려진다.
이충우 ③<서울평협홍보분과위원장ㆍ일간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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