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국립나병원에 취재간 일이 있다. 벽안의 외국인 한분이 나병환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진물나는 상처를 닦아주었다. 나환자들은 그를 엄마라고 불렀고 그분은 그들의 투정을 항상 웃으며 받아주곤 했다. 알고보니 그분의 이름이 엠마 프라이징거 여사、명실공히 소록도의 엄마가 되었던 것이다.
10년전 그분에게서 받은 인상이 봉사하는 가톨릭 모습으로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나환자 정착촌을 돕는 상록회 모임은 한달회비가 1천원으로 제한돼 있다. 공산주의와 나환자를 인류의 양대적이라고 말한바 있는 일본의 거부 사사가와 료오찌는 우리나라 나병퇴치에 관심을 많이 쏟는 분이다. 그가 상록회에 수억을 회사하겠다는 제안을 했으나 이를 거절했다.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지않고 공평하게 참여하기로 한다는 원칙대로 결국 한달에 1천원 회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한달 1천원 회원들의 정성을 모아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 꽃동네를 이룩한 오웅진신부님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길가에서 병들어 신음하는 거지들을 데려다 따뜻하게 보호하게 되자 하릴없이된 사람은 거지대장이었다. 그는 어느날 유서 한통을 남긴채 쓰레기 더미에서 자살하고 말았다. 그 유서에는『오신부 당신을 죽이려고 칼을 품고 다녔으나 세상사람들이 의인이라하기에 내가 먼저 가오』라고 씌어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한 꽃동네가 요양원에 이어 정신병동을 짓는 중이고 결핵병동과 알콜중독자병동을 계획하고 있음은 조그만 성의가 얼마나 큰 힘으로 피어날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증표가 되고 있다.
이번 가톨릭대상을 받은 김근영 형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감동을 또한 잊을 수 없다. 『감사합니다. 오갈데 없는 이 사람에게 따뜻한 잠자리를 주시고…마지막 가는 길에 모르고 갈 뻔한 사랑을 알게해주셨으니…선생님이 사랑하는 하느님은 누구인지 모르지만 진정 좋으신 분일 겁니다. 저는 행복하게 그분 곁으로 갑니다』세상에 태어나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고 사랑해본 적도 없는 한 여인이「애덕의 집」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며 한말이었다.
경기도 양평 땅의 한 보건지소장은 수녀님이라고 한다. 결핵환자들을 오래 돕다보니 아예 보건지소를 떠맡게 된 것이다. 난지도 샛강에 가보면 쓰레기더미 속에서 일하는 「예수의 작은 자매」들을 만날 수 있다. 살아있는 성녀로 추앙을 받는 데레사 수녀님이 우리나라를 처음 찾아오셨을 때 공식일정이 아닌 날 눈에 안띄게 찾아가신 곳도 사당동 달동네에 살고 있는「작은 자매」들이었다. 그 수녀님들은 가난한 마을의 엄마들을 도와 아기를 봐주고 빨래도 해준다.『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신 것은 예수님이셨지만 바로 그같은 봉사와 희생은 우리 교회가 간직해온 가장 아름다운 자세라고 생각한다.
문공부가 발행한 한국종교편람에 보면 우리나라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사회복지단체들의 대부분은 천주교회에서 관할하는 것들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고 몸이 성치 않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살펴주는 손길이 세상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한 불을 밝혀주게 될 것을 믿어마지 않는다.
이충우④ <서울평협홍보분과위원장ㆍ일간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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