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저놈 때문에 참 오랫만에 실컷 웃었네」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신부님은 우리집 막내를 가르키며 웃으신다.
다가온 막내는 어찌되었느냐는 엄마의 물음에는 대답도않고 신부님께 고개를 돌리며 엄마 등 뒤로 숨으면서 저도 웃는다.
고등학교 일학년이 된 막내가 주일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면서 신부님께 허락을 받고 어린이 미사 오르간반주를 맡아왔다.
어린이 미사에 익숙치 못한 막내는 성가순서조차 아리숭한데 순서도 찾기전에 노래는 또 시작해야 했다. 아이들은 모두 무슨노래를 해야된다며 떠들고해서 아예 그냥 노래를 부르라하고 오르간 뒤로 얼굴을 숨기니까 아이들이 웃고 야단들 했단다.
신부님도 처음에는 화가 나신듯이 가만히 계시다가「처음」이라는 원래 피아노 반주를 맡고 계신 방선생님의 말을 듣고 결국 웃으셨단다.
오르간 뒤로 숨은 막내의 당황한 모습과 제의를 입으시고 제대위에서 웃음을 참으시며 미사를 드리셨을 신부님의 고충을 생각하니 죄송하면서도 나도 그만 크게 웃어버렸다.
방선생님도 웃으시며 그런 실수가 오히려 발전의 발판이 된다면서 막내의 등을 쳐주시며 격려해주셨다.
못한다는 소리않고 맡아해보겠다는 막내의 용기에 나도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엄마따라 다섯살에 영세하고 2년뒤에 매섭게 추운 겨울날씨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첫영성체 교리반에 다니던 막내가 엄마키를 훨씬 넘는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어 주일학교 선생님이라니…
주어진 어떤 일이라도 못한다는 주저없이, 모든것을 제것으로 익혀 나갈수 있는 능력과 용기를 주신 주님께감사를 드리고싶다.
마유리안나<충남 서산군 운산면 갈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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