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의 원고청탁을 받고도 성주간에는 너무도 바빠 글쓸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보니 그냥 부활 주일까지 넘기고 말았다. 몸은 성주간의 피로와 몸살까지 겹쳐 지쳐있고、마음은 허탈함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일요한담을 쓰려고보니 그야말로 어느 일요일밤의 한심한(?)이야기가 되지않을까 걱정이된다. 하여간 이번주 일요한담은어느 시골본당신부의 일요일 밤의 상념이 될 것 같다.
지친몸을 의자에 기대고 희미한 책상 등 하나만을 켜놓고 부활 주일의 밤을 맞는다. 문득 언젠가 읽었던 미쉘꽈스트 신부님의 사제 주일 밤의 기도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주여, 오늘밤 나는 혼자입니다. 성당안의 소음도 차츰 사라지고 모두들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도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나혼자서』북적대던 신자들도 모두 가버리고 이제는 야단을 맞아도 나에게 애교를 부릴 줄 아는 귀여운 녀석들도 다가버렸다. 며칠동안 벼르고 벼르던 편안하고 고요한 시간을 즐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의 허전함을 피할길이 없다. 이번 사순절을 나는 우리 본당의 신앙쇄신의 계기로 삼기위해 여러가지 사목방법을 시도했고 특히 전례의 생생한 재현과 크리스찬 신앙의 핵심신비를 신자들에게 깨우치기 위해 갖은 악(?)을 써가며 떠들어 대었다. 피곤에 지친 몸과 쉰 내 목의 사정을 잘아는 우리 주방의 아주머니가『신부님、이번에는 노래도 크게 하지 마시고 강론도 그냥 짧게하고 끝내세요』 신신당부하지만 체질이 무대체질(?)인지 제대에 올라가기만 하면 아무도 못말리는 걸 어쩌랴! 내가 의도한 바가 신자들에게 전달되었을까? 나의 사순절 신앙쇄신의 사목지침에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호응을 하고 열심히 따라 주었을까.
조금은 길었던 성삼일 동안의 전례와 강론을 혹시 신자들이 그냥 지루하고 귀찮은 이야기로 여기지는 않았을까? 이러한 허탈감 때문에 기쁨에 넘쳐야 할 부활주일의 밤이 더욱 더 쓸쓸하게 느껴진다.
『주여、나를 보십시오. 나는 혼자입니다. 누군가의 위로와 격려가 듣고 싶어 나는 더욱 고독 속에 버려진듯 합니다.』그래 맞다. 나는 지금 그 누군가로부터 나의 사순절 동안의 사목계획이 아주 훌륭했고 성주간과 부활을 잘、그리고 열심히 보냈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 모양이다. 네 강론은 아주 열정적이고 감동적이었다 든지 많은 신자들이 새로운 신앙생활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든지 뭐 이런 얘기가 듣고 싶은 거다.
그리고 한편으로 주일학교 꼬마에서부터 남녀노소할 것 없이 예쁘게 그려진 달걀과 카드、그리고 정성된 선물을 수없이 받던 옛생각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인간적인 상념들을 뚫고 부활하신 주님의 신선한 목소리가 들린다. 『아들아、그래도 너는 혼자가 아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지 않느냐?』우리 신자들의 변화되어가는 모습들、소박하고 표현은 잘 못하지만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우리 주일학교 아이들、내가 끊임없이 사랑해야 하고 또한 나의 보람이기도한 얼굴과 얼굴들、그리고 눈망울들이 내머리를 스쳐간다. 그리고 이밤의 평화속에서 조용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피곤한 몸을 침대속으로 맡겨 버린다. 『모두가 사~랑-이에요…』
※ ※ ※
■지금까지 일간스포츠레저 부장 이충우씨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이번호부터는 서울대교구 금촌본당 주임 홍인식신부님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